죄가 있으면 누구든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 권력에 기대 특혜를 받았거나 잘못 처리한 일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덮고 갈 수는 없다는 데도 공감한다. 문제는 시점과 방법이다. 우리 경제는 8분기째 0%대 성장이라는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 돈풀기 중단 가능성이 제기됐고 중국도 7%대 성장을 버거워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다.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하는 분들 업고 다녀야 한다”고까지 했을까.
이 판국에 사정당국이 먼지 털기 식으로 몰아친다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얼마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기업은 때리면 때릴수록 밖으로 뛰쳐나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쏟아지는 악재에 돈풀기를 포기하면서 4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액은 연간 목표액의 35%선에 그쳤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용률 70% 확보라는 공약 달성은커녕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려야겠지만 기업의 투자와 고용활동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끌수록, 기업을 때릴수록 멍드는 건 서민이고 경제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