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리스크 헤지 못해" 중소기업 채산성 악화

■ 원·엔 환율 9년만에 800원선 붕괴

일본에 생활용품 등을 수출하는 A사는 원ㆍ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당분간 수출을 중단할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800원 미만의 엔화 환율로 수출해봤자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B사는 일본 부품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이 점점 악화되자 초긴축 경영에 들어갈 태세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수출이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수출 오더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몰릴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털어놓았다. 원ㆍ엔 환율이 700원대에 진입하자 수출 중소기업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환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급격한 엔화 하락은 대일본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은 환리스크 헤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각한 환차손을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원ㆍ엔 환율 급락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9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엔저로 수출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2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30% 정도가 적자를 보면서 수출하고 있었다. 당시 환율이 800원대였던 데 비하면 지금은 환율이 더 내려갔기 때문에 적자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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