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 사업자를 가려내 가중처벌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습니다"
올해 1월 불법 보조금 영업을 주도한 SK텔레콤에 대한 단독조사 착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일벌백계'를 외치며 했던 말이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무력화를 초래한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단통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불법 보조금 살포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SK텔레콤에 대한 제재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방통위가 제재수위에 대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뇌의 진원지는 다음달 10일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6'다.
18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불법 보조금 영업에 대한 제재안은 다음주 열리는 방통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전체회의가 통상 목요일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6일이 유력하다.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과 영업정지로 이뤄지는데 핵심은 영업정지 여부와 시기, 기간이다.
문제는 SK텔레콤에 대한 제재로 인해 갤럭시 S6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큰 삼성전자에 찬물을 붓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통신당국과 이통업계 안팎에서는 영업정지 수위를 두고 입장이 두 가지로 나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나는 '경제활성화'론이다. 삼성전자 실적의 열쇠가 될 갤럭시 S6의 판매를 위해 제재안에서 영업정지를 아예 제외하거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국내 비중은 3~5%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이익 비중은 적게는 15%, 많게는 30%에 달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1대당 마진은 해외의 경우 5만여원에 불과한 반면, 국내는 19만원이 넘는다. 국내 이통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SK텔레콤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테스트 마켓인 국내에서의 갤럭시 S6 판매 부진은 해외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영업정지 수위를 낮추기 위해 '광범위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온다.
다른 하나는 '원칙론'이다. 단통법 무용론을 불식시키고 이통시장의 고질병인 불법 보조금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과징금외에 강력한 영업정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방통위는 불법을 주도한 사업자를 가려내지 않고 동일한 제재를 가해 실효성 논란을 자초한 경우가 많았다"며 "사상 처음으로 특정 이통사에 대한 단독조사를 벌인 만큼 처벌 수위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도 갤럭시 S6판매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시기는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에 대한 제재 논쟁은 경제활성화론과 법 원칙론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결론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방통위가 영업정지 기간이나 시기를 조절할 경우 '봐주기'논란이, 그 반대의 경우 경제활성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