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되살아나는 월가시위


메이데이(May Day)를 맞아 뉴욕 맨해튼의 거대 금융기관들은 바짝 긴장했다. 자체 경비를 강화하고, 경찰도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골드만삭스ㆍ뱅크오브아메리카ㆍ뉴욕증권거래소 등의 인근에서는 어김없이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미 전역 100여개 도시에서도 유사한 집회들이 열렸다. 시위를 주도하는 조직들은 지난해 가을 맨해튼 남단의 조그만 주코티파크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져나갔던 '월가 시위(Occupy Wall Sreet)'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경제위기 4년, 평균적인 미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거대 금융기관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ㆍ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골드만삭스는 9,51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말보다 오히려 7.6% 늘어난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자산규모도 7,500억달러로 14% 증가했다. 이들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7,000억달러의 혈세를 쏟아 부은 미 정부는 국민과 경제를 볼모로 잡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관행을 뜯어고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마들의 덩치는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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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런 뱅커들의 형태도 여전하다. 미국의 6개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수는 지난해 4억달러로 2010년에 비해 18%나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은행들의 이익은 되레 9% 줄었다. 은행 경영이 악화되는데도 경영진들은 자신의 월급 올리기에 바빴다는 반증이다.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즈은행의 주주들이 올해 주총에서 과도한 경영진에 대한 보수를 기각해버린 것도 이해할 만하다.

거대 은행들은 또 시행이 다가온 도드 프랭크 법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워싱턴에서 치열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사를 역임한 케빈 워시는 최근 "정부가 거대 금융 프랜차이즈의 이익을 옹호하는 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금융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대형은행들과 정부가 밀착함으로써, 고용인원이 훨씬 많은 중소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에 대해 '살찐 고양이'라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무대 위의 '쇼'였을 뿐이다.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의 결과, 1%의 최상위층에 부가 집중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청년층들은 일자리는 못 구한 채 1조달러가 넘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있다. 메이데이 집회가 또 다른 '월가 시위'의 도화선이 될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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