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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석의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 (4) "김정은과 포토샵"

사진= 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의 마식령스키장 보도사진

사진=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 군사 훈련 사진

지난해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 중 한 명은 ‘김정은’이다.

김일성·김정일 때도 마찬가지지만, 북한 지도자의 동정에 대한 소식은 조선 중앙 TV와 노동신문으로 제한돼있다. 한국을 포함한 외신은 직접취재를 할 수 없는 북한의 상황 때문에 이 두 언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 언론이 북한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심찮게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실상을 감추기 위한 포토샵 흔적이 발견돼 재미를 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 최대의 건설 사업이라 불리던 북한 최초의 스키장인 ‘마식령 스키장’은 지난해 말 완공됐다. 김정은은 ‘마식령 속도’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스키장에 큰 애정을 쏟았다. 마식령스키장은 총공사비 4억 달러에 7개의 활강로와 리프트, 250객실 규모의 호텔을 지어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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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마식령스키장 사진을 보면 뭔가 어색하다. 먼저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앞의 두 명의 옷차림과 체형이 비슷해 같은 사람을 복사해서 붙여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어 휴게소에서 스키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며, 휴게소 역시 공사 당시의 뼈대와 완전히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을 표방하고 건설된 마식령 스키장에 누가 봐도 어색한 합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무엇일까?

사진조작의 의혹은 북한이 자랑하는 군사작전에서도 보인다. 2013년 3월 26일 북한 노동신문은 북한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참관한 ‘국가급 훈련(육·해군 합동 상륙 및 반상륙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언뜻 보기에는 8개의 공기부양정이 육지로 상륙하는 무리 없는 군사훈련이다. 하지만 이 사진도 공기부양정 숫자를 포토샵으로 늘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시사잡지 디 아틀란틱(The Atlantic)은 8척 중 최소 2척은 합성이라고 밝혔다. 1번 함정을 복사하여 2번 함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가장 멀리 있는 두 척도 복사하여 붙여넣는 수법으로 함정 수를 늘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확대한 아래 사진을 보면 공기부양정의 모습이 마치 스티커로 종이에 붙인 듯이 어색하고 테두리에 조작의 흔적이 보인다.

위의 두사례 이외에도 장성택 처형장면, 김정일 장례식 사진등 북한의 미디어에 포토샵 조작 의혹이 드러난 사례는 많다. 보도영역에서도 광범위한 포토샵 조작이 일어나는 북한과 합성사진은 귀신같이 잡아내는 한국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가릴 것은 가리고 보여줄 것은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보편적이지만, 그것으로 허약한 진실의 전부를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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