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불고 있는 찬바람 탓에 입주율도 극히 저조합니다.”
지난 2004년 분양 당시 최고 6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용산 시티파크가 8월30일부터 집들이를 시작했다. 시티파크는 입주 직전 최고 14억원의 웃돈이 붙을 만큼 시장의 관심을 모은데다 최근 서울시의 용산 역세권 통합개발 발표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곳.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극히 저조한 입주율과 꽁꽁 얼어붙은 매매ㆍ전세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용산 시티파크의 입주 초기 모습은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 상당수 입주 예정자들이 거래 침체로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입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정 용산구재개발공인 이사는 “대형 평형 위주의 고가 주상복합이라 잔금 치르기가 만만치 않다”며 “오는 10월까지 잔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연체료를 물더라도 입주를 미루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거래 역시 거의 없어 급매물 위주로 간간이 매매가 이뤄질 뿐이다.
분양가보다 2배 이상 오른 시세도 거래를 얼어붙게 만든 원인이다. 시티파크 2단지 188㎡형(57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9억8,000만원선(로열층 기준)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23억여원에 달한다. 293㎡형(88평형)은 무려 14억2,000만여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수요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세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146㎡(44평형), 161㎡(48평형)의 전세가격이 4억~5억원선을 형성하고 있고 보다 큰 평형들의 전세가는 모두 6억원을 넘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파크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학군이 갖춰져 있지 않고 단지 주변의 정리가 끝나지 않는 등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티파크의 투자가치는 지금도 메리트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층 이상은 한강과 남산 조망이 가능해 조망권 프리미엄이 예상되고 내년 입주 예정인 파크타워를 비롯해 고급 주상복합촌으로 탈바꿈하는 등 단지 인근에 대형 개발 호재들도 줄을 잇고 있다. 268만㎡(81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용산민족공원, 국제빌딩 특별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 재개발사업, 최근 발표 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정자 서울공인중개사 실장은 “2010년 용산공원 착공을 비롯해 용산 개발계획이 본궤도에 오르면 시티파크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