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형 中企 적극 키우자

지난 2일 정부는 1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33.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2월 이후 최대 증가율로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연 10% 이상의 신장이 예상된다. 세계경제 회복을 우리가 잘 활용하고 있고 그만큼 우리 제품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하락 속에 이룩한 성과라 여간 반갑지 않다. 그런데 정작 수출은 신규 설비투자의 증가를 통한 고용확대와 내수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2.9% 성장은 수출에 의해 주도되고 내수는 오히려 위축돼 100분의3에 해당하는 마이너스를 시현했으며, 지난 외환위기 이후 취업증가가 30인 이하의 서비스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 위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산업동향에서 나타나듯이 아직까지는 가동률 조정에 의한 생산증가가 수출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수출내용을 보면 소수의 제품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국의 경기변동이나 통상마찰에 따른 타격이 적잖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현안인 고용창출과 내수활성화를 조기에 해결하고 다양한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형 중소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우리와 같이 기술형 중소기업의 저변확대가 부족해 수출을 하면 할수록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더욱 그렇다. 기술형 중소기업은 이미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 일본의 부품산업, 이탈리아의 패션산업 등에서 보듯이 한 나라 경제의 기술혁신자이자 고용창출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현실은 어쩌면 3년 연속 창업기업 수가 줄어들고 아직도 절반 이상의 기업이 경쟁력을 이유로졛萬騈缺活?시도하고 있는 실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형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술형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나침반이 돼줄 기본방향의 설정이 시급하다. 기술형 중소기업의 생존이 경쟁력에 달려 있음을 직시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확고한 의지가 기본 목표에 담겨 있어야 한다. 보호와 육성에서 자율과 경쟁으로,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으로,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역중심 협력으로, 그리고 수시대응형에서 성과연계형으로 달라져야 한다. 둘째, 기술형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할 수 있는 제도들이 구축돼야 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나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기술수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그 기술의 사업성 여부를 사전에 가려주는 인프라가 바로 그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술형 창업이 늘고 있고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기업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이 자유로이 이전되고 신속히 퇴출되는 기술거래시스템 구축이 기업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인수합병(M&A) 시장 조성과 함께 이뤄지면 그 시너지 효과를 더욱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기술만이 기업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기에 소멸하는 기업이 지닌 노하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또한 중요하다. 셋째, 기술형 중소기업이 보다 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핀란드의 오타니에미 파크와 스웨덴의 시스타사이언스 파크에는 각기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심이 돼 수많은 기술형 중소기업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밀집해 있다. 우리도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별 특화산업을 개발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대학, 연구소, 금융ㆍ행정기관 등 유관기관이 클러스터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으로만 진출하려는 기업과 인력, 현장과 거리가 있는 기술개발, 단기 실적에 연연한 지원으로는 우리는 더 이상 노키아나 에릭슨과 같은 기술형 세계기업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기술형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지난날 우리는 벤처 붐을 타고 야기된 각종 경제ㆍ사회적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는 자원의 낭비와 기업인에 대한 평가를 격하시켜 지금까지도 벤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남게 했다. 많은 기술형 중소기업이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해 문을 닫고, 도전의식마저 실종돼 기술창업이나 대학 내 창업동아리 활동조차 시들해졌다. 이에 반해 창업 초심을 유지하며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기술로 승부해 세계적 수익모델을 이룬 일부 건실한 기업들은 사회적 패러다임을 변혁시키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형 중소기업은 가계형 중소기업과는 달리 실질적 고용을 창출한다. 또한 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바로 생산에 투입돼 수요를 진작시키고 있다. 그런데 오늘 대부분의 기술형 중소기업은 낮은 기술수준에 머물면서 실업자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실어주자.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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