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경제성장의 담론이 사라졌다. 심지어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민주화라는 단어가 우리 경제 운용에 중요한 이슈가 됐고 굳이 사용할 일이 있으면 고용 창출 등으로 에둘러 말한다. 더 이상 경제성장이 우리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 애써 초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일시장화된 지구촌은 무한경쟁의 경제 전쟁터이다.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기업이건 국가건 진화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 세계적 기업인 노키아와 소니가 이를 증명했으며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유럽의 국가들이 그 몰락의 길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놀란 일본과 미국은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선진국의 체면이나 이웃 나라의 비난 정도는 이미 포기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경쟁국에의 영향을 알고 있었다. 인위적인 엔화의 절하를 통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한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한 책임 또한 뒷전으로 하고 있다.
미국도 양적완화를 통해 성장동력 복원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의 핵심은 제조업 부흥 전략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14년까지 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해외로 탈출했던 미국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며 신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성장동력 회복이라는 큰 틀을 잡았다. 주마다 경쟁적으로 U턴하는 기업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고 협력적인 노동환경을 약속하며 새롭게 경쟁력을 찾고 있다. 여기에 오랜 연구개발 투자의 열매 중 하나인 셰일가스의 양산이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한국은 이런 글로벌 추세에서 이탈된 느낌이다. 각국이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다가올 세계 경제의 회복기를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세상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에 공부를 해야 하듯 국가는 소득수준이 낮고 인구구조가 젊은 시기엔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한국 경제의 성장판이 향후 4년 내에 곧 닫히기 때문이다. 벌어서 나누는 일은 내일에라도 할 수 있으나 성장은 내일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이 늦어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정책의 운신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위험회피적 성향이 늘어나면서 기업가 정신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국민의 근로 의욕 또한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여기다 인구구조의 악화는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2017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며 2018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경제는 저절로 활력을 상실하게 돼 있다.
지금 성장 정체 상태의 유럽 선진국과 일본은 저성장국면에 들기 전에 이미 국민소득이 4만달러 수준이었고 자본이 축적된 상태였다. 겨우 2만달러의 한국이 선진국 흉내를 내면 안 된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아직 우리는 낮엔 땀으로 밤엔 잠을 설치며 일하고 성장해야 하는 국가이다. 학교선 공부의 압박이 없고 산업현장은 일 적게 하면서도 민주화되고 은퇴 후엔 평화롭고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는 지구상에 없다. 내일의 대한민국은 오늘 흘리는 땀이 결정한다. 하루빨리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락하는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인구구조의 악화를 지연시키고 개선하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 협력적인 노사관계, 원ㆍ하청기업 간 상생관계, 대ㆍ중소기업 간 협력 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앞으로 4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