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상사는 정부가 내년부터 다소 느슨한 형태로 도입해 2021년부터 본격 시행하려는 유럽식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온실가스(이하 탄소) 배출허용량 규제를 받는 업체끼리 거래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제3자도 사고팔 수 있게 되고 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배출권 시장도 다른 파생금융상품처럼 외국계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배출권 파생상품은 JP모건·도이치증권·BNP파리바 등 몇 안 되는 글로벌 IB 정도만 전문인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선 배출권 판매이익의 대부분이 일부 발전회사와 증권사 등의 몫으로 돌아갔다. 글로벌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규모가 자그마치 2,870억달러(약 300조원)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배출권 거래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금융사 등에 흘러들어간 돈이 탄소감축 사업에 투자될 가능성도 적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제조업체의 부담만 커져 그만큼 국제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처럼 유럽식 배출권거래제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사실상 유럽연합(EU) 정도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 등은 이미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 때 짜인 틀만 고수할 게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