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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마 단속현장 3週 동행취재기
'피라미급'도 하루 판돈 1억… "정황 뻔한데 영장없어서…"수법은 날고 관련 법규는 기고… "잡혔던 사람들 또 손댈 수 밖에"
서민우
기자 inaghi@sed.co.kr
진영태 기자 nothingman@sed.co.kr
지난 4월1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H아파트 000동 23층 아파트. 현관에서 마사회 단속팀과 집주인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말마다 사설경마판이 벌어진다는 첩보에 따라 잠복 중이던 단속팀은 문이 열리는 순간 진입을 시도했으나 막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손을 집어넣었던 단속팀 한명은 손목의 뼈가 보일 만큼 부상을 입었으나 문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문 열어요. 다 알고 왔습니다. 열쇠 부수고 들어갑니다.” 바로 종이 타는 냄새가 났다. 단속팀장은 “증거물을 태우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황이 분명한데 문을 따고 들어가면 안 되냐고 묻자 단속팀장은 “사법권이 없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답답해 하던 차에 경찰이 출동했다. 문을 따자는 단속팀의 요청에 지구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으니 문을 따면 절대로 안 됩니다.” 단속팀은 결국 단속을 포기한 채 발을 돌렸다.
첫번째 동행 취재는 그렇게 실패했다. 일주일 후 두번째 시도 역시 소득이 없었다. 북아현동의 상가에서 사설경마와 도박이 벌어진다는 첩보에 따라 현장을 급습했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점주와 그 이웃이 사설경마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는 점과 마권 등이 나온 점에 미뤄 심증은 갔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다. 단속반원은 “선수들이라 낌새를 알아차리고 미리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한주가 흐른 4월26일, 경기도의 한 화상 경마장. 두차례 단속이 실패한 뒤끝인지 단속팀의 준비가 어느 때보다 철저한 것 같았다. 특히 안양경찰서와 사전에 협조가 이뤄져 강력계 형사 4명도 함께 출동했다. 한 형사는 “최근 사설경마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폭력배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며 “조폭이 개입됐다는 첩보에 따라 단속팀과 동행했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 4층의 한 구석에 모여 있는 혐의자들은 경주가 시작될 때마다 수시로 전화를 걸고 작은 크기의 종이와 돈을 계속 주고받았다. 한 단속반원은 “센터에 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란 사설경마꾼들에게 자금을 융통하고 이자를 받는 곳으로 그들만의 은어다. 경주가 시작돼 객장 경마객들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쏠린 순간 형사들과 팀을 짠 단속반원들은 바로 현장을 덮쳤다. 붙잡힌 혐의자는 남성 두명과 여성 한명. 단속반은 증거물까지 확보했다. 단속반은 이들을 피라미급으로 분류했지만 안양경찰서로 이송된 이들의 베팅 규모가 경기당 1,000만원, 하루 1억5,000만원이라는 소식에 전체 사설경마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적발 성공에도 단속팀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제 시작입니다. 혐의를 부인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수집한 증거를 제시하고 입증하는 게 남은 일입니다.” 설령 혐의가 드러나도 처벌은 고작 벌금 1,000만원 안짝이다. 요즘 다소 늘어났다는 추징금 역시 2,000만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속팀은 “잡히지 않은 일당은 물론 잡혔던 사람들도 또다시 사설경마에 손댈 것”이라고 말했다. 수억원이 오가는 데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사설경마는 날라가는데 법규는 땅바닥에 붙어 불법시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다. 3주간의 단속현장 동행취재는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씁쓸함이 앞섰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