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종교 정치'

느닷없이 한나라당에 십자가와 목탁이 넘치고 있다. 제1야당 의원 127명 전체가 작심하고 종교에 귀의하기라도 한 것일까.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여야는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외부 인사를 학교 경영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이사제를 강행했고 한나라당은 ‘전교조의 학교경영 침투 가능성’을 내세워 반대운동에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밖으로 나온 바람에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명분 없는 장외 투쟁이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9일 10분 만에 법안을 통과시켜주더니 주말(10~11일)에 놀 것 다 놀고 ‘생뚱맞게’ 장외 투쟁이냐”는 지적도 있다. 여론은 예상과는 달리 냉정했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코너에 몰린 양상이다. 이쯤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종교계로 직행했다. 전체 사립학교 중 4분의 1이 종교계 학교들이고 때문에 종교계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계의 입김은 역시 강했고 양측은 연대하기 시작했다. 여론이 반전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당 지도부는 더욱 애타게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종교계 행사에 얼굴을 디밀고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좀 생소하다. 물어봤더니 한나라당의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사실 개인적으로 독실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사학법을 반대한다. 선교 목적으로 세운 사립학교가 참견을 받아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 곤란하다 싶다”고 말했다.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이렇다면 한나라당은 종교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선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학법을 반대한다고 선언하는 게 옳다. 괜한 이유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지 말고 종교계의 사학 기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뛰고 있다고 떳떳이 밝혀라. 그게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종교는 마음의 구원을 찾는 곳이지 교육 개혁의 성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5일에도 ‘한국교회의 밤’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을 추가했다. 평소 민생정치를 강조해온 박 대표는 입장을 바꿔 국회 예산처리의 밤으로 돌아오는 건 어떨지. 한나라당의 민생은 예결위 본회의장이 아니라 교회에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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