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령화쇼크] 11. 출산정책 다시 짜라

육아부담 줄이고 多産혜택 늘려라첫 아이의 출산을 2개월여 앞둔 권예진(32ㆍ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결혼할 당시만 해도 권씨는 남편과 '하나는 외로우니까 둘은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자'고 굳게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11월에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키울 일이 막막하다. 이젠 하나라도 잘 키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권씨의 가족계획이 이렇듯 쉽게 바뀐 이유는 결혼을 해보니 아이 키우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감당하기 힘든 양육비 부담 권씨는 찬찬히 따져보니 아이에게 들어갈 양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철강회사 총무과에서 일하고 있는 권씨에겐 당장 애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집에 들어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줄 아주머니의 비용을 알아보니 적어도 월 130만~140만원은 들어간다고 했다. 권씨보다 7년 일찍 결혼한 여고동창은 "운좋게 중국 조선족 아줌마를 구하더라도 100만원은 들어간다"며 말했다. 월급받아 애 뒤치닥거리에 다 들어가는 꼴이다. 애가 좀 커도 문제라는 생각이다. 남들만큼은 못해도 영어ㆍ피아노ㆍ미술정도만 가르친다해도 교육비로 나가는 돈만 한달에 100만원은 족히 되리라는 계산이 나왔다. 권씨는 "자기 먹을 건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옛말인 것 같다"며 " 아이도 낳기 전에 덜컥 겁부터 난다"고 걱정했다. ▶ 그래서 출산율은 급속히 하락 권씨의 고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기혼 커리어 우먼이라면 거의 모두가 겪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들의 연령별 경제활동구조는 25~29세때 가장 높았다가 출산과 함께 낮아지고 자녀를 어느정 도 키운 후 다시 높아지는 'M자형'구조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결과에 따르면 60년까지만 해도 여성이 낳는 아이는 평균 6.0명이었으나 지난 해에는 사상 최저치인 1.30명이었다. 이는 선진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인구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대체율 2.1명에도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행정실장은 "이런 식으로 가다간 2000년 현재 4,610만 명인 인구가 2100년에는 절반 수준인 2,31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 인구감소는 재앙의 전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전세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긴 하다. 지난 70년대 초반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폴 엘리치의 '인구폭발(The Population Bomb)'은 전세계를 꽉 메운 사람들이 차례로 지구밖으로 떨어지는 섬뜩한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보듯이 '자식이 재산'인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생활형편이 나은 나라들의 경우 갓난아기는 자꾸 줄어들고 노동력이 없는 노령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인들만 넘쳐나면 노동력과 생산성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력 감소는 다시 경제성장의 둔화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인구감소가 경제에 재앙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인구감소에 적극 대비해야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는 인구감소국이 된다.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다. 재앙의 전조. 이 불길한 기운을 축복으로 뒤집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오종남 통계청장은 "출산율하락과 고령화는 더 이상 개인과 가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출산도 국가가 책임져 야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생산능력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출산장려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용찬 보사연 연구위원은 "아동수당, 출산수당, 육아휴직제도 도입과 다자녀 출산가구에 대한 인센티브제공 등 여성들이 큰 부담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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