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은퇴 한나라진로한나라당은 20일 대선 패배 충격과 함께 당의 구심점이던 이회창 후보마저 정계은퇴하자 급속히 동요되고 있다.
특히 당내 일부의 대선패배 인책론과 예상되는 정계개편, 차세대 리더 문제 등과 맞물려 한나라당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국회 재적의석 150석이라는 '거대야당'의 프리미엄을 한껏 살려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해 '야당다운 야당'을 해보자며 의욕에 찬 새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확산되는 인책론
한 핵심당직자는 "2004년 (총선)승리를 위해 과감한 물갈이가 절실하다"며 "내년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대규모 인적청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적청산론은 당내 개혁파 및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한 측근은 "40~50살 먹은 특보들이 따까리나 하고 있으니 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며 노년층 중심의 현 인적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중진 의원들은 "앞으로 할일을 준비할 때다.
지나간 일에 대해 책임추궁 해선 안된다"(홍사덕 의원)며 당의 결속을 강조해 갈등과 알력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더십 부재 혼란 가중
지난 6년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이 후보가 정계은퇴함에 따라 '누가 한나라당을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 후보를 대신할 차세대 리더가 부재한 탓이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신정부 출범전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에서 새출발 해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제시했다.
당초 전당대회가 2004년 5월로 잡혀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것으로 당의 중심을 속히 세워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예상되는 정계개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당초 약속대로 민주당을 '창당수준'으로 개혁하고 나설 경우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일부 의원들이 동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이날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시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거대야당'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어 당분간 대규모 탈당사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남경필 대변인은 "이제 (2007년 대선까지) D-1,800일 남았다"며 "국민신임을 얻는 한나라당 되기 위해 한곳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분이냐 봉합이냐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은 앞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국민앞에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대선과정에서 기득권에 안주, 변화와 개혁의 시대조류에 역행할 경우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뻐저리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오는 23일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 조기전당대회 문제를 비롯한 당 수습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체제정비가 내분쪽으로 갈지, 아니면 봉합쪽으로 갈 것인지 여부가 이날 흐름이 갈릴 전망이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