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이에 기반을 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정상회담 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결정적인 해법 도출로 동북아 평화 무드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경색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핵 문제다. 9ㆍ19공동성명과 2ㆍ13합의로 돌파구를 찾는 듯하던 북핵 문제는 향후 북한의 핵시설 신고 및 핵 폐기 과정 진행과 이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복잡한 함수관계에 걸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난망한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우선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과연 북핵 문제 해결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졌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회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핵과 관련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이 확실시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별도로 평화체제 전환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군사대치 상황을 종식하고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고착화시키기 위해서는 평화체제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북핵 문제가 조금씩 진전되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수시로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비록 평화체제 전환과정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요하겠지만 `평화선언'만으로도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등 평화체제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근거다. 더구나 `평화선언'은 북한과 미국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남북 주도로 전환한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평화체제 전환과 함께 자연스럽게 군축ㆍ감군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도 상당한 진전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한에 50만명의 감군을 요구하고 우리도 이에 상응해 20만명 정도를 감군하면서 자연스럽게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DMZ)를 각자 5마일씩 뒤로 물려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방안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남북 간 최대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 장성급회담을 통해 군사적 협력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NLL문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상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이날 "남북경협 및 교류협력 관계를 양적ㆍ질적으로 한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 분야도 정상들의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납북자 문제도 거론될 가능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면에서 각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며 여기서 도출된 원칙의 틀에서 양측간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