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리천장 두드려라" 나쁜여자 신드롬

이효리·투애니원 리더 씨엘<br>배드걸 콘셉트로 인기몰이<br>출판·안방극장서도 대세로

이효리(Bad Girl) /사진제공=B2M엔터테인먼트

"여성은 남성보다 노골적으로 말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스스로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본인을 과소평가 해 주춤하며 물러서지(lean back) 말고, 편견과 차별의 유리천장을 끊임없이 두드려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lean in) 해요." 최근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린 샌드버그의 책 '린 인(Lean In)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독립적·진취적인 여성상, 사회적 성(性·gender) 역할 구별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여성상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Bad(배드) bad bad bad girls(걸스)"


가수 이효리(34)가 지난 달 21일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타이틀곡'배드걸(Bad Girl)'의 한 대목이다. 3년 간의 공백기 이후 내놓은 이 곡에는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이야기가 직설적인 노랫말로 버무려졌다. 타이틀곡의 제목도 대놓고'나쁜 여자'(배드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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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가수 씨엘(CLㆍ22)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리더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28일 데뷔 4년 만에 싱글곡'나쁜 기집애(The Baddest Female)'를 발표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예쁘고 귀여운 콘셉트로 활동하는 여타 걸그룹과는 달리'기(氣) 센' 이미지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해온 투애니원의 리더답게 그가 내놓은 솔로곡 또한 남달랐다.'그래 나는 세 아주 사납게/ 너 정도론 날 절대 감당 못해'라는 직설적인 노랫말이 씨엘 특유의 힘 있고 개성 있는 랩(rap)과 어우러져 곡의 매력을 배가 시켰다. 씨엘은 "'나쁜 기집애'의'나쁜'은'멋지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투애니원(2NE1)안에서도 늘 여성의 파워를 강조하고 응원했다. 여자들이 더 독립적이고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강한 그녀들이 표현하는'나쁜'은'옳지 않다'의 통상적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욕망을 적극 표현했던 여성들에게 던져진 차가운 사회적 시선이 녹아 든 단어였지만 오히려 통념을 비틀며 '세상에 맞서는 당당하고 멋진'이란 의미로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나쁜, 아니'멋진'여자 전성시대는 드라마로도 번졌다. 지난달 종영한 KBS드라마'직장의 신'에 등장하는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 분)은 톡 쏘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직장이라는 조직 속에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간다. 시청자들은 그를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얻었다. 현재 방영중인 SBS 드라마'장옥정, 사랑에 살다'역시 장희빈을 단순히 요녀(妖女)가 아닌 신분상승과 사랑,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나쁜 여자' 콘셉트는 오래 전부터 있어온 소재지만 여성운동이 성장하면서 '유리천장 두드리기'로 폭발적으로 소비되는 것 같다"며 "대중문화 생산자가 흐름을 잘 읽고 세일즈 포인트(sales point)를 잘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율 70% 달성을 위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 지위향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나쁜 여자'콘셉트가 얼마나 더 거세게 몰아칠 지 주목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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