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깊은 속병을 앓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했지만 금융당국의 출발하라는 총성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외환은행 매각승인 여부를 판단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6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 등 관련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유보' 딱지만 내밀었다. 뛰지도 걷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한달가량 지속되면서 사실상 경영 리더십은 실종되고 조직력도 훼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고객 기반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외환은행의 기업대출잔액은 지난 3월 중 4,287억원가량 줄었다. 가계대출 역시 989억원 감소한 상황이다. 일부 예금고객도 동요해 3월 중에만도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에서 총 6,078억원의 고객자금이 빠져나갔다. 경쟁은행이 될 수밖에 없는 신한은행의 서진원 행장마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비록 경쟁은행의 일이지만 외환은행 매각승인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든지 빨리 결론이 나는 게 우리나라 금융권에 대한 (국제적) 평판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외환은행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의 핵심은 '피해 최소화 원칙'. 론스타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지만 궁극으로는 국내자본에 의한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기나긴 일정의 목적지다. 목적은 보이지만 통로가 찾아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꽉 막힌 미로에서 가장 갑갑한 곳은 외환은행. 레리 클래인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 매각승인 여부에 따른) 대주주 변경 문제와는 별도로 은행 고유의 영업력을 위해 고객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임직원들도 고객이탈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경우 파업까지 각오하고 있는 노조지도부의 입장을 모른 체할 수 없어 갈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력 와해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매각승인 문제가 지연되면서 조직의 넘버투인 수석부행장 자리를 최소 한달여간 공석으로 두게 생겼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장명기 수석부행장을 금융위원회의 매각승인 이후 다시 이사회 멤버로 복귀시킬 예정이었으나 금융위의 매각승인 결정 여부가 일러야 오는 20일에나 판가름 나게 된 탓이다. 인수예정자인 하나금융지주도 어정쩡한 상황에서 가슴을 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과당경쟁을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할 정도로 시장재편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외환은행은 매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시장재편의 대격전 시기를 그저 바라만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4월 초에 외환은행 인수승인이 났더라면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려는 대주주) 론스타 측을 어떻게든 설득해 매수지연에 따른 지연보상금을 안 내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당국의 승인 여부가 4월을 넘기게 되면)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의 1ㆍ4분기 중간배당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이중으로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평판을 믿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유상증자)에 동참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불신도 살 수 있다. 김 회장은 "오늘도 주가가 2,000원가량이나 빠졌는데 투자자의 이익이 떨어지면 나중에 (하나금융이) 소송을 당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는 론스타라는 상징성이 큰 외국 헤지펀드에 대한 한국 정서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마련이다. 적게는 외국 헤지펀드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크게는 외국자본 전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로 비친다면 하나지주나 외환은행 차원의 손실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 차원의 손실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이 4월마저 넘기게 되면 국가적 손실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해 최소화 원칙 아래 보다 조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