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하이닉스 매각 차질없이 추진돼야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을 주도해온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에도 매각이 불발될 경우 하이닉스의 주인 찾아주기는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초 예정대로 매각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이닉스 매각을 둘러싼 갈등은 '구주매각'과 '신주발행 비율'에 대한 채권단과 인수 후보업체 간의 기싸움으로 촉발됐다. 지난 7월 말부터 채권단이 구주를 많이 인수한 기업에 가산점을 주고, 당초 신주발행을 최대 10%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바꿔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가급적 구주매각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챙기려는 채권단의 속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ㆍSTX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주발행을 늘려 인수자금이 채권단이 아닌 하이닉스 운영자금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수 후 투자비 부담이 너무 커져 후유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을 놓고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파는 쪽이든 사는 쪽이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릴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되거나 성사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다. 가령 금호가 인수했던 대우건설은 '승자의 저주'를 낳았고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한화가 인수하려다 포기한 대우조선해양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이 하이닉스를 위해서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지나치게 매각대금 극대화에 집착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조건으로 매각이 성사되도록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론스타인 외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배당 등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투자액 이상의 이득을 챙겼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인수기업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신주발행 비율을 늘려주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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