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버팀목 수출도 적신호 경기전망 갈수록 잿빛

[하반기 경제 '비관론' 확산]<br>수출증가율 한자릿수대 급락 예상<br>한은까지 성장률 전망 하향 가능성<br>일각선 "고유가 지속땐 4분기 최대위기"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경제장관간담회와 기자브리핑에서 두차례나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견상으로는 평상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목줄까지 다가오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총리는 올들어 줄곧 “2ㆍ4분기 말이면 투자와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저간의 전망은 6월 말에 가까워지면서 빗나가고 도리어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듯한 조짐마저 보인다. ‘더블딥(경기이중침체)’이란 분석도 틀리다는 말이 나온다. ‘L자형’ 경기가 지속되는 조짐이다. 분기별로 보면 하반기에 경기가 더 악화돼 연말까지 내리막 계단형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내놓은 고용동향은 경기하강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 부문의 일자리는 침체 일로에 있고 제조업, 심지어 농업 부문에서도 고용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급기야 하반기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한국은행마저 꼬리를 내렸다. 한은이 내놓은 ‘국내외 경제동향’을 보면 소비와 설비투자가 1ㆍ4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2ㆍ4분기에도 회복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외끌이 성장’의 주역이었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수출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현대증권은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대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두더지게임’이라는 말이 알맞을 정도다. 중소기업과 건설사의 부실이 채 해결되기도 전에 주택담보대출이 태풍의 눈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반기에만 10조원 이상이 도래한다. 박승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는 소호(SOHOㆍ개인사업자)대출이 문제로 부각됐다. 이는 재경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는 부분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장은 “대기업ㆍ중소기업 할 것 없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지난해 기준으로 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 보니 창업은 갈수록 줄어들고 부도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한달 동안 전국 8대 도시에서 새로 생긴 법인은 모두 2,318개로 전월(2,573개)보다 10.9% 감소한 반면 부도업체 수는 374개로 전월(355개)에 비해 5.3% 늘었다. 어음부도율도 전월(0.06%)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0.10%를 기록했다. SK글로벌 사태로 떠들썩했던 2003년 3월 어음부도율이 0.14%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오른 후 최대 증가폭이다. 실물경기가 빠르게 잿빛으로 물들면서 민간연구소는 물론 정부까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뜻을 비추고 있다. 현대증권은 올 상반기 성장률이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5.0%로 둔화돼 연간 성장률은 5.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은 당초 올해 연간 성장률을 5.4%(상반기 5.1%, 하반기 5.6%)로 예측했었다. 올해 경제전망을 상반기 4.9%, 하반기 5.0%로 제시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을 내리는 방향으로 22일께 하향 조정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상보다 높은 유가와 회복기미가 없는 내수 때문에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 전망치가 낮을 것이라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에 이어 보수적인 한은에서조차 하향 조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공식 수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올 4ㆍ4분기 우리 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우리 경제는 고유가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4ㆍ4분기에 경기 상승세가 위축되는 분수령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소장은 “현 경기의 내재된 가장 큰 문제는 내수나 대외환경이 아니다”며 “신행정수도와 아파트 분양원가 등의 논란에서 보듯 정책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