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7일] <1244> 스태그플레이션


1965년 11월17일, 영국 하원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 이언 매클라우드(Iain Macloedㆍ당시 52세) 의원의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집권 노동당 각료들이 바짝 긴장했다. 상대가 누구인가.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정곡을 찌르는 질의로 유명한데다 보수당 집권 시절 보건ㆍ식민ㆍ총무처 등 3개 장관직을 거쳐 행정 경험도 풍부한 매클라우드 아닌가. 매클라우드는 예상대로 노동당 정권의 실책을 공격하며 경제사에 기록될 문구를 남겼다. ‘…영국 경제는 최악이다. 가장 나쁜 두 가지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네이션이 동시에 찾아왔다.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가오름세(inflation)와 경제침체(stagnation)의 합성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이렇게 등장했다. 매클라우드는 자신의 신조어가 사전에 실린 직후인 1970년 재무장관에 지명됐으나 한달 만에 심장경색과 뇌출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오래 살지 못한 매클라우드를 대신하려는 듯 그가 처음 언급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잔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실 속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세계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1970년대 초중반부터 10년 동안은 고유가(1ㆍ2차 석유파동)로 야기된 고물가 현상 속에 저성장을 겪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한풀 꺾였다지만 이번에도 고유가가 고물가를 낳았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불안은 실물경제에 파급돼 소비와 생산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고용 역시 좋지 않다.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과거 사례를 보면 초긴축ㆍ초고금리라는 고통의 터널을 2~3년간 겪은 후에야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고통의 시간과 깊이가 얼마나 될지 두렵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