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시민천문대 하나 없는 서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위치한 그리피스 천문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천문대다. 지난 193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매년 25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문대를 가진 일본은 수백개의 시민천문대가 전역에 분포돼 있다. 중국도 학교 옥상에 천문대를 갖춘 학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베이징(北京) 시내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고대 천문 유물을 전시한 고(古)천문대가 있다. 이처럼 우주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천문대를 건설해 시민들이 별ㆍ우주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LA 그리피스 年 250만명 관람

우리나라도 21세기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이런 시설들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시민천문대를 건설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의 재정으로 천문대를 건설하고 유지비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아 언제 추진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최적의 입지를 선정, 민간자본(民資)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천문대를 단순히 별을 관측하는 과학시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도시에 천문대를 짓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야말로 시민천문대가 가장 필요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자연과 멀어진 곳, 꿈과 정서가 메마른 서울은 별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LA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LA의 멋진 모습과 더불어 별ㆍ우주에 대한 꿈을 갖게 해주고 낭만을 안겨준다. LA처럼 서울에도 시민천문대가 생기면 누구나, 언제나 찾아가서 별과 우주를 소재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과 별을 함께 보여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천문과학 전통을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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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울시민천문대는 그리피스 천문대처럼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ㆍ문화ㆍ레저시설로 건설돼야 한다. 또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우리나라의 우수한 천문과학 역사를 알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돼야 한다. 그리피스 천문대에 연간 2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민천문대는 최소한 그 절반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 현대 사옥 앞에 있는 서울관상감 관천대(보물 1740호)나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석각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와 같은 문화재는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별을 볼 수 있는 현대식 천문시설과 이러한 문화재를 함께 전시하는 고천문대 역시 서울의 역사성을 알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예산 없다면 민자유치 적극 추진을

서울시민천문대는 경제성을 따진다면 그리피스 천문대처럼 도시의 야경을 즐기며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과학ㆍ문화ㆍ전망 공간으로, 베이징의 고천문대처럼 역사성ㆍ교육성을 따진다면 서울시내 중심부에 건설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규모와 인구 분포를 고려할 때 강남과 강북에 두 가지 가치를 가지는 천문대를 함께 건설해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 역사성만으로는 민자 유치가 힘드므로 두 곳을 묶어 민자를 유치하거나 경제성이 뛰어난 곳은 민자 유치, 역사성이 뛰어난 곳은 정부 자금이나 민간 기부금을 받아 건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민천문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접근성과 조망권이다. 서울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그리고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에 서울시민천문대가 지어져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 누구라도 찾아가서 서울과 하늘을 볼 수 있는 시민천문대로 운영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울에 지어지는 시민천문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민자를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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