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들의 ‘거리 늘리기’ 경쟁이 뜨겁다. 신설 골프장을 중심으로 코스 전장을 길게 만들거나 ‘마라톤 홀’을 배치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골프장업계에서도 용품업계에 이어 ‘거리’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장한 신규 골프장은 지난 2월 캐슬파인GC(경기 여주)를 시작으로 몽베르ㆍ버치힐ㆍ제이드팰리스ㆍ가평베네스트ㆍ크리스탈밸리ㆍ라온ㆍ파인힐스ㆍ보라CC 등 회원제 골프장 9개과 퍼블릭 코스 1개(제주 봉개프라자CC) 등 모두 10곳. 이들 모두 코스의 개성과 더불어 600야드 안팎의 파5홀, 200야드가 훌쩍 넘는 파 3홀 등 길이를 강조하고 있다. 몽베르CC(경기 포천) 신코스의 에떼 3번홀(파5)은 챔피언티잉그라운드 기준 615m(672야드)로 웬만한 장타자라도 2온이 쉽지 않다. 보라CC 헨리코스 2번홀(620야드)과 파인힐스CC 레이크코스 5번홀(613야드)도 ‘마라톤 홀’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가 박세리, 최경주 등과 스킨스게임을 벌였던 제주 라온GC의 레이크코스 1번홀도 543m(598야드)에 달하며 크리스탈밸리CC(경기 가평)의 밸리코스 1번홀(599야드)과 가평베네스트 파인코스 9번홀(597야드) 등도 만만찮은 길이를 자랑한다. 600야드 안팎에 이르지 않으면 긴 홀이라는 명함을 함부로 내밀 수 없게 됐다. 200야드를 훌쩍 넘는 파3 홀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1~2년 사이 개장한 대부분의 골프장은 거의 예외 없이 200야드 전후의 파3 홀을 한두 개씩 만들어 놓고 있다. 가평베네스트GC는 메이플코스 3번(206야드)과 파인코스 7번(227야드) 등 장거리 파3 홀을 2개나 배치했다. 파인힐스의 3번홀(222야드)과 라온GC 스톤코스 7번홀(213야드), 크리스탈밸리 크리스탈코스 3번홀(205야드) 등도 골퍼들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만든다. 올해 코스를 개조한 한일CC(경기 여주)의 동코스 10번홀은 오르막에다 길이가 248야드나 돼 드라이버로도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정식 개장한 아크로CC(전남 영암)는 코스의 전체 길이가 18홀 전장 7,510야드로 회원모집 단계부터 ‘국내 최장 코스’임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파인밸리CC(강원 삼척)의 밸리코스 2번홀(718야드)은 국내에서 가장 긴 홀이라는 명성과 함께 대한골프협회의 공인을 받음으로써 최초의 파6 홀이라는 간판도 달게 됐다. 이 같은 코스 길이 늘리기는 골프장비의 발달로 골퍼들의 샷 거리가 증대된 데다 골퍼들의 눈높이와 도전욕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젊은 층과 상급 골퍼들을 겨냥한 신규 골프장측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대한골프협회 사무국장은 “거리를 늘리는 것은 현대 코스의 세계적인 경향이자 골퍼들의 요구에 따른 결과”라면서 “정밀하게 측정해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골퍼들을 위해 중요하고 거리와 함께 전략적인 측면이 가미될 때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응렬 MBC-ESPN 해설위원은 “홀이 길어질수록 파 온(파 수보다 2타 적은 타수 안에 그린에 올리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린 주변 쇼트게임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