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 포커스] 시급한 한국 경제외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지난 13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담당 관료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반기문 대통령 외교보좌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으로 구성된 팀이 뉴욕 월가를 찾아와 한국 상황을 잘 설명한 덕분에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낮추려던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다. 보도대로 이들 `드림팀`이 신속하게 대처, 무디스의 의도를 차단했다면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뉴욕을 방문한 팀 중 누군가가 침을 흘리며 자신의 공을 부풀린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지난 2월에 무디스가 신용전망을 두단계 낮춘 것역시 정부의 방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 `내 잘못이요` 하고 고개를 숙인 경제관료가 있었던가. 97년 외환 위기 이후 역대 재경부 장관과 경제관료들이 뉴욕에 오면 무디스나 S&P를 찾아 신용등급을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돌아갔다. 그들은 대개 신용등급이 오를 무렵에 스케줄을 잡아 미국을 방문하고, 등급이 올라가면 자신의 공으로 포장했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어쨌든 경제관료들이 국제금융시장을 자주 찾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거시 경제 운용에 필요한 경제외교의 방법이자, 테크닉이다. 문제는 관료들이 잘하는 것은 내 덕이요, 못하는 것은 남의 탓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고는 97년 IMF 위기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낮아진 것은 한국 정부의 잘못이 크다.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까지 2개월간 사실상 정부의 공백 상태가 있었다. 그 사이에 한반도 사태는 악화됐고, 정부는 뉴욕 월가의 기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제 새 정부의 경제외교는 시작일 뿐이다. 경제의 체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금융시장의 단기 쇼크에 의해 경제의 기초여건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베를린 장벽 붕괴이후 글로벌 시스템의 법칙이다. 전쟁 가능성이 1%만 돼도 금융시장에서 판단하는 리스크는 엄청나다. 더 늦기 전에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금리를 낮추고, 월가 사람들을 자주 만나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97년말 외환 위기와는 다르지만, 잘못될 경우 위기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자만심(complacency)이 바로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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