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천수답 자본시장 자생력을 키워라] 전문 경영·네트워크 무장한 PEF… 성장 한계 중견·중기 구원투수역

영실업 등 사모펀드 투자후 기업체질 좋아져 실적 '쑥'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2차전지 모듈 생산업체 A사는 지난 2012년 말 한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1996년 설립된 이 업체는 그동안 고객사인 국내 대기업의 고성장으로 몇 년간 연 4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고객사가 어려워지면서 동시에 실적이 크게 꺾였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매출처 다변화를 비롯한 경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엔지니어 출신인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급변하는 경영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B사모펀드다. 이 사모펀드에서 A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된 C씨는 매주 A사 경영진과 회의를 열고 회사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일본 업체와의 협력 방안을 찾고 애플의 임원을 영입하는 등 회사의 체질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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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단순히 투자 차익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로 많이 알려진 사모펀드의 또 다른 면모다.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린 지 올해로 10년이 되면서 최근 이 같은 사모펀드의 기업가치개선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의 전문화된 경영 능력과 다양한 네트워크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중견·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지원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중견·중소기업 경영권을 포함한 인수(바이아웃)를 전문으로 하는 한 사모펀드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이미 경영 체제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들어가서 할 일이 별로 없다"며 "매출액 5,0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이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성장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의 경우 투자 후 경영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실적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난감 업체인 영실업·로젠택배 등은 사모펀드 투자 후 경영 체질 개선에 성공한 중견·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실업은 2012년 말 홍콩계 사모펀드인 HCP코리아인베스트먼트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이후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4% 증가한 721억원을 기록했다. 또 국내 5위의 택배사인 로젠택배는 2010년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할 당시 매출액이 1,908억원, 영업이익은 64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각각 매출액이 2,481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성장했다. 미래는 지난해 7월 2배의 차익을 거두고 로젠택배를 외국계 사모펀드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에 팔았다. 사모펀드 컨설팅을 전담하고 있는 최원표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위기에 처한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 사모펀드의 투자는 기존 경영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경영 기법 도입으로 한계에 달한 기업들이 한 번 더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로젠택배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알짜 기업인데 사모펀드가 투자한 후 택배 관련 수요예측과 가격정책을 정교하게 가져감으로써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기업가치 개선 전문 컨설팅 회사인 알바레즈앤드마샬(A&M)의 서동욱 부대표는 특히 "인수 후 첫 100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수후통합(PMI) 과정에서 피인수 회사의 최고경영진과 인수자가 서로 긴밀한 협업을 통해 회사의 성장 전략을 명확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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