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FTA '이것이 급소'] <9> 개방과 수성, 기로에 선 농업

미국산 국내시장 장악은 "시간문제" <br>수입 농수산물 ⅓ 차지…품목도 개 사료등 다양<br>가공농산물 對美수출 비관세 장벽 낮추기 주력을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6일 “(농업 등)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결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에 앞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 농업 분야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한국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기는 힘드나 농업은 한미 모두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협상 분야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표현되는 한미 농업 현실을 고려해볼 때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수입 농축산물 27%는 미국산=미국은 농업 분야에서 한마디로 슈퍼 강대국이다. 농업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에서 보면 대부분의 품목이 세계 10위권 안이다. 특히 옥수수ㆍ대두는 세계 생산량의 42%(200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농산물 자급률도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곡물류ㆍ두류ㆍ유지작물ㆍ육류 등의 자급률은 100%를 상회한다. 한국은 곡물 26.6%, 두류 34.4%, 유지작물 8.3% 등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느덧 우리가 들여오는 수입 농축산물의 3분의1가량은 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2004년 농축산물 수입물량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7.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산을 능가하는 것으로 1위의 수입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미 농산물 수출은 94년 8,500만달러에서 2004년 2억7,500만달러로 3억달러도 넘지 못하고 있다. 대미 농산물 수입액은 2004년 기준으로 수출보다 9배나 많은 25억달러이다. ◇개 사료, 로열젤리 등 품목도 다양=미국이 힌국에 수출하는 주요 20개 품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옥수수에서부터 대두ㆍ밀 등 곡물은 물론 개 사료, 로열젤리, 버섯, 토마토, 감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한국 농업을 더욱 옥죄는 것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이다. 실제 한미 주요 품목의 수입가격(미국)과 도매가격(한국)을 보면 현 시스템에서는 우리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데도 미국산 제품의 가격이 심지어 한국산의 8.8%에 불과한 것도 있다. 쌀은 우리의 22.5%, 옥수수는 33.7%, 삼겹살은 26.7%, 참깨는 9.8%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미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앞으로 진행될 FTA 협상에서 쌀 등 몇 개 품목은 개방 예외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 점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진욱 농협조사연구원 조사역은 “심도 있는 연구와 분석을 통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가공 농산물에 대해 미국이 계속 까다로운 수입절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 이 분야에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목을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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