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게임의 이름으로’ 살인ㆍ폭행

인터넷 컴퓨터 게임이 발단이 돼 일어난 폭력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한인 청소년들이 성인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젊은층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폭력성 게임의 문제점이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일부 게임의 경우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경우는 여자를 납치해 끌고다니면서 성폭행을 하는 상식밖의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버 폭력`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실태)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타운내 한 PC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총소리와 수류탄 폭발음, 비명 소리 등이 뒤엉켜 정신을 홀딱 빼놓는다. PC방을 찾는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은 유혈이 낭자한 폭력적인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10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폭력성 게임의 대표적인 예.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스트에 대항하는 방위군중 하나를 선택해 각종 첨단무기를 사용, 상대방과 죽고 죽이는 `살인경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게임을 즐기는 김모(16)군은 “때리고 부수는 게임이 아니면 재미가 없다”며 “친구들도 다 하는데 뭐가 나쁘냐”고 반문했다. 배달되기가 무섭게 동이 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Grand Theft Auto 3`의 경우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잔인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훔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살인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을 조종하는 이 게임은 윤락녀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머리에 총을 쏴 살해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부모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생 뿐만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PC방을 드나들거나 형들 어깨너머로 폭력 게임을 접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고교생 조모(17)양은 “남학생들은 컴퓨터 게임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며 “여학생들처럼 채팅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 폭력적인 게임에 빠질 경우 자신도 모르게 성격이 난폭해져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인터넷 게임에서 진 중국계 청소년이 상대방에게 주먹다짐을 제안, 양측의 친구들까지 가세하는 집단 패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작년 12월에도 노스리지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게임도중 시비가 붙은 청소년들이 바깥으로 나와 흉기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이는 등 게임과 연관된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젊음의 집 관계자는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여름캠프, 스포츠 등 건전한 여가활동을 자녀에게 장려할 것”을 부탁했다. 최진우 LA고교 학생주임은 “자녀와 컴퓨터 게임의 득과 실에 대해 토론하고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유해사이트 방지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자녀들이 폭력성 게임에 중독되는 것을 예방하려면 ▲컴퓨터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방 대신 리빙룸에 컴퓨터를 설치해 건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자녀가 누구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파악할 것 등을 조언했다. <구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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