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지도자의 경제비전]김종필 자민련 총재

"기업체질 바꿔 경제회복 박차"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9일 "일방적인 대북지원은 안 된다"며 "남북간 합의된 경협은 실현 가능성을 재검토해 남과 북이 모두 이익을 거두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대북정책에 속도조절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민주당과의 공조를 파기하고 16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민련 오너격인 김 총재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올해 경기전망과 재벌정책 등 경제전반에 대해 의견을 들어 봤다. -올해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리고 경제회복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해결과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올 한해 경제성장률을 상반기 3%, 하반기 5%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세계 경제 여건상 이른 회복은 어려울 것입니다. 경제회복을 위해 예산의 조기집행 등 단기적인 부양책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명한 원칙 하에 기업ㆍ노사관계ㆍ금융ㆍ공공 부문 등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에 대한 진단과 정책적인 복안은. ▲지난해 11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7.3%로 전체실업률의 2배가 넘어 34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기나 앞으로의 취업여건을 볼 때 청년실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리라 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하루빨리 경제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또한 이 문제는 학교와 노동시장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육 내용과 노동시장의 수요를 순발력 있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기업ㆍ공공 부문이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춰 대응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총재께서 생각하고 있는 재벌정책의 추진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 정부가 제도적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기본 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경영 투명성 제고나 상호채무 보증 해소ㆍ재무구조의 개선ㆍ핵심 역량의 강화 등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재벌정책은 기업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하고 그 지배 구조를 선진화해야 합니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공정한 배분이 제대로 이뤄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내부자 거래ㆍ불공정 행위 등 시정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으신지요. ▲최근 저금리와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자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10조원이 넘는 증시예탁금을 생산자금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투자 질서가 확립돼야 합니다. 내부자 거래와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주식을 매각할 때는 증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장 조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증시에 물량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해외매각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업의 분식회계를 근절하도록 회계 제도의 투명성과 기업재무의 건전성 강화에도 역점을 둬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ㆍ경협 등 남북 관계가 소강 상태에 빠졌습니다. 앞으로 전반적인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남북관계가 교착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대북 포용정책은 남북평화공존을 위해 현실적으로 타당한 정책이지만 일방적인 대북지원은 안됩니다. 남북간에 약속된 경협은 실현 가능성을 재검토해 남과 북이 모두 이익을 거두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농업ㆍ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뉴라운드(도하개발 아젠다)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뉴라운드 협상에 따른 국내 시장 개방에 대한 총재님의 견해와 국민여론 합의 등을 위한 바람직한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뉴라운드는 기존의 무역자유화가 심화되고 개방화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우리의 수출이 증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농업ㆍ수산업ㆍ일부 서비스분야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지금부터 각 산업별ㆍ업종별로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농업의 경우에는 직불제 확대 등 보조금을 늘리면서 우리의 대내적인 경쟁력 배양대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역 블록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자유무역지대 구축 논의도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지역블록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가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경제협력을 이끌고 물류의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거대한 중국시장ㆍ일본의 풍부한 자금ㆍ시베리아 에너지와 자원을 활용, 물류 중심국으로 발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최근 가계파산으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가정경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정 경제를 건실하게 할 대책이 있으시면 밝혀 주십시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구 당 부채는 2,200만원으로 1년 사이 430만원(25%)이 늘어나 새로운 경제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정 경제를 건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욕을 되살려서 가용재원의 배분이 생산부문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국내생산이 증가되면 자연히 가계소득도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에 있을 대선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공약 남발, 예산 낭비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총재께서는 이런 우려를 제거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실 계획인지요.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는 현상은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꿔야 합니다. -일각에서 대선을 앞두고 일부 여야 대선 후보들이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출마하거나, 아니면 다른 당과 연합해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총재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아울러 대선 양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리고 여당에 이어 야당에서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경선에 졌다고 해서 자신이 속한 당을 탈당하는 후보는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념을 같이 하는 정당이 서로 협력해서 정권을 창출하는 일은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자민련은 현재로서 어느 당과 연대 내지 연합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당권과 대권의 분리문제는 타 당의 문제로 언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 번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은 것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무책임한 처사였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상훈기자 사진=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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