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번엔 「삼바」 홍역(국제금융시장)

◎홍콩독감 보름만에/FRB 금리동결불구 브라질 등 중남미국 주가 일제히 폭락【뉴욕=김인영 특파원】 국제금융시장이 아시아에서 불어닥친 홍콩 독감으로 홍역을 치른지 보름여만에 이번엔 브라질에서 밀어닥친 「삼바 효과(Samba Effect)」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12일 뉴욕증시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미련준리(FRB)의 금리 동결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브라질등 중남미 주가 일제 하락의 영향으로 1백57.41 포인트(2.1%)나 폭락, 7천4백1.32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달 27일 이른바 「피의 월요일」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 FRB는 금리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 아시아·중남미의 금융질서 동요에 따른 미국 증시 불안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치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FRB의 금리 동결이 있는날 뉴욕 증시의 주가가 상승하는게 관례였으나, 이날 다우지수 하락은 미국의 안방이라고 여기는 중남미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주가지수는 전날 3.3% 하락에 이어 이날 10.2%나 폭락한 7천8백22 포인트에 폐장했다. 사웅파울루 증시는 한때 주가가 10% 이상 폭락하자 30분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거래가 재개된 후에도 팔자 주문이 쇄도했다. 브라질 주가 하락으로 인근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메르벨 지수도 2.09% 떨어져 지난 2주 동안 32%의 하락율을 기록했고, 멕시코 IPC 지수도 4.2% 내려앉아 6일째 하락행진을 계속했다. 브라질의 주가는 이날 폭락으로 지난 2주동안 40%나 떨어졌다. 브라질 증시붕괴는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긴축정책이 저성장과 이자율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외환투기꾼으로부터 자국통화인 레알화를 방어하기 위해 그동안 10억여 달러를 쓰는 바람에 외환보유고가 위험 수위인 5백20억 달러로 바짝 줄어들었다. 이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단기금리를 2배(최고 46%)나 올려 통화 방어의 배수진을 쳤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달들어 지난 10일 브라질 정부는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지출 삭감 및 세금인상 등의 강경 조치들을 발표했다. 총 51개 항목으로 된 이 경제 회생책은 내년 예산중 1백80억달러를 절약함으로써 외국 자본에 대한 브라질의 의존을 줄일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투자자들은 정부의 조치가 통화 방어에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세금을 늘려 기업의 수익율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 주식시장에서 투매현상을 보였다. 영국의 증권회사 ING베어링사는 주가가 폭락하자 브라질의 신용도를 한등급 낮추고,  동시에 올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을 당초 3.5%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브라질 증시 붕괴는 아시아 위기가 금융시장 기반이 취약한 중남미에 이어 러시아등 비아시아 이머징 마켓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극심한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경제 침체로 세금마저 걷히지 않아 지난 9월말까지 세금 징수액은 목표액의 62%에 불과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러시아가 징세 목표를 달성치 못했다며 차관 제공을 거부, 러시아의 통화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에 일차적으로 루블화의 환율을 달러당 평균 6.1루블로 평가절하키로 하는등 수습대책을 발표했으나, 정부재정 지출 축소에 따른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 역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12일 동남아 통화 위기가 한국·일본으로 번져나갈 것을 우려, 일본 엔화가 급락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머징 마켓의 경제개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홍콩 독감에 이어 브라질의 삼바 효과와 러시아의 북풍이 어우러져 국제 금융질서에 대혼란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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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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