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안방 잠식하는 중국계 은행] 거대자본 무기로 글로벌 M&A도 공격적 행보

印尼 할림·태국 ACL 등 해외 은행 잇따라 인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 등 국내 금융회사에도 눈독


중국 은행들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망가지는 사이 중국 은행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금융회사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금은 중국 금융회사의 질적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대형 M&A가 성사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큰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다 자본 건전성이 좋고 대외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는 은행들을 깐깐히 규제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발표한 2014년 세계 1,000대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상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세계 1위 은행(기본자본 기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년 5위였던 건설은행은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은행(7위)과 중국농업은행(9위)까지 더하면 중국계 은행 4곳이 톱10에 포함됐다.

중국계 은행들은 막대한 자본을 발판으로 해외 금융기관을 M&A하며 덩치를 더욱 키우고 있다.


공상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할림은행, 태국 ACL은행, 홍콩 동아은행의 미국 현지법인 지분 등을 인수했다. 건설은행은 한때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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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은행들은 지난 2010년께부터 국내 M&A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2010년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은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 매각될 예정이었던 광주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후보의 인수전 참여에 금융계는 화들짝 놀랐다.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가 중단되면서 현실화하지 않았으나 중국 은행들은 이때부터 국내 M&A 시장의 잠재적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최근 진행된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인수전 초기에도 공상은행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공상은행 대신 경영권 지분 입찰전에 참여한 안방보험도 지켜볼 대상이다. 안방보험은 중국 은행들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국 금융사들이 언제든 국내 금융사를 인수할 채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은행들의 네트워크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돕고 있다. 거대 자본인 푸싱그룹이 LI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 인수를 타진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중국계 은행의 국내영업이 확대될수록 국내 M&A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내 정서상 중국 은행들이 국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타결된 마당에 금융 당국이 중국계의 진출을 무조건 막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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