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외환관리] GIC의 성공 비결

덩치 크면서도 운신 자유로워… 전문인력 확보해 경쟁력 강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 자산운용시장의 ‘큰손’이다. 천문학적인 운용규모와 높은 수익률이 자랑이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지난 2000년 프라임타워(490억원), 파이낸스센터(3,550억원), 지난해에는 무교빌딩(430억원), 코오롱빌딩(800억원), 스타타워(9,000억원) 등 빌딩시장의 알짜배기들을 사들였다. 국민은행(1.18%) 등 주식 보유분도 많다. GIC의 성공에는 유례를 찾기 힘든 폐쇄성과 독립성이 비결로 꼽힌다. 2001년 GIC연감을 내놓은 이래 단 한차례도 운용규모나 수익률을 밝힌 적이 없다. 투자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회에 운용성과를 보고하지도 않는다. 덩치가 크면서도 운신의 폭은 자유롭다. 그러나 GIC가 오늘날처럼 성장한 데는 ‘민간 마인드’를 갖추고 전문인력들을 대거 확보했다는 점이 주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청(廳)’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정부나 의회의 간섭이 적어 민간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설립 초기에는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등에서 투자매니저들을 고용했다. 아직도 전 임직원의 7분의1 가량이 외국에서 영입된 이들이다. 후에 세계은행 총재가 된 제임스 올펜슨도 GIC의 투자자문을 맡았던 바 있다. GIC를 본뜬 KIC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국내에서는 외화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국제금융 전문가가 많지 않고 해외전문가들 중 한국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람을 먼저 찾고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며 권한을 부여하는 것, KIC의 성공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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