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이창호도 잘 싸운다

제4보(63~84)


흑이 69로 탈출할 때까지만 해도 이 방면의 수습은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백70의 공격을 당하자 진로가 험난해 보인다. 무려 10분을 망설이던 이창호는 아예 손을 빼어 71로 보강했다. 고수들이 흔히 취하는 전술이다. 적이 호협하게 공격해 왔을 때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고 요충지를 보강해놓고 기다리는 요령이다. 어디 한 수 더 공격해 보라는 일종의 야유인 셈이다. 구리는 72로 재차 공격. 비로소 이창호는 73으로 눌러갔다. 가차없이 나와서 끊는 구리. 79로 버틴 수가 강수였다. 안전하게 두자면 참고도1의 흑1이다. 그러나 백2가 놓이면 좌하귀 방면은 모두 백의 확정지로 굳어진다. “모험 아닐까.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게 기훈 아닌가.” 서봉수가 고개를 갸웃. “여차직하면 어느 한쪽을 버리고 두겠다 이거겠죠.” 윤성현이 하는 말. 옆에 있던 루이9단이 한마디 거든다. “요새는 이창호도 잘 싸워요.” 둘러앉은 기사들이 한바탕 웃었다. 잘 싸운다는 것은 싸움의 기술이 좋다는 게 아니라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하기야 예전의 이창호는 되도록 싸움을 피하는 편이었다. 백84는 이 한 수. 참고도2의 백1로 두면 흑2 한방으로 백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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