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23일] 플루토와 플루토늄

플루토(Pluto)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신 하데스(Hades)의 영어 이름이다. 태양에서 가장 먼 거리, 우주의 암흑이 짙게 깔린 곳에서 공전하며 별들 사이를 떠돌고 있는 명왕성의 이름도 바로 이 플루토에서 유래된 것이다.

플루토는 지하의 부(富)를 인간 세상에 가져다주는 행운의 신이기도 하다. 플루토가 지배하는 지하세계는 금과 은 등 각종 광물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루토는 '부를 가져오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연계에는 없는 인공원소인 플루토늄(Plutonium)도 플루토에서 그 명칭이 유래됐다.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이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인 천왕성(Uranus)에서 이름을 따왔고 원자번호 93번인 넵투늄이 여덟 번째 행성인 해왕성(Neptune)에서 이름을 따왔기 때문에 원자번호 94번인 플루토늄은 비록 지금은 행성의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당시로써는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Pluto)에서 이름을 땄다.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소의 우라늄 핵연료가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원자로에서 연소를 마치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과 함께 플루토늄도 들어 있다. 이 플루토늄은 우라늄처럼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에너지 자원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와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원전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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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플루토늄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관련된 기술과 시설은 국제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원전의 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천연우라늄을 이용해 만드는 핵연료에 비해 비용도 많이 든다. 따라서 원전 규모가 작은 핀란드나 스웨덴 등과 같은 나라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포기하고 대신 지하 깊숙한 곳에 직접 처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는 제3의 방안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국내외 정책동향과 기술개발 추이 등을 지켜본 다음 추후에 정책을 결정하는 이른바 관망정책(Wait and See Policy)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플루토늄에 따른 핵확산 문제를 우려해 사용후핵연료를 네바다주의 유카마운틴에 영구 처분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블루리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주관이 돼 원자력학회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컨소시엄을 구성,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플루토늄은 지하세계의 부를 인간 세상에 가져다주는 플루토 신의 운명처럼 인류의 귀중한 에너지 자원으로 '재활용'되거나 아니면 지하 깊숙한 곳에 묻히는 '최종처분'의 아이러니한 선택적 운명의 기로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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