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규모에 유가 향방 달려
베네수엘라등 '대규모'에 반대… OPEC합의 실패땐 상승곡선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세계원유수급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테러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3일(현지시각) 레바논에서 열리는 세계수출국기구(OPEC)의 베이루트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증산에 대한 기본 합의점은 찾아내겠지만 산유량 규모와 쿼터제 폐지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마찰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여 의견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 등 산유국에 대한 원유생산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 베이루트 회의에서 대규모 증산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갈수록 높아지는 테러 프리미엄=사우디에 대한 테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추가테러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알카에다와 이라크 원리주의자 등 테러조직은 사우디에 대한 테러강도를 높여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고유가 상태를 이어가 미국의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연일 사우디내 자국민과 기술진을 철수시키고 있고, 스위스가 엔지니어 100여명을 송환하는 등 세계 각국이 사우디 엑소더스'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중동테러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유전문가들은 사우디 원유생산은 서방기술진과 경영진에 크게 의존한다"며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에서 원유생산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유가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베이루트 회의에서도 묘수 없을 듯=베이루트 회의에서 '대규모' 증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산규모와 쿼터제폐지, 유가밴드 등을 둘러싸고 OPEC회원국들이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은 회원국들이 200만~250만배럴을 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등 일부 '매파' 국가들은 현재의 고유가는 OPEC의 공급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정학적 불안감과 국제투기에서 비롯된 만큼 대규모 증산은 필요없다고 맞서고 있다.
◇원유 초과수요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세계 원유의 33%를 공급하고 있는 OPEC은 이미 쿼터한도를 넘어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더구나 세계2위의 원유보유국인 이라크는 전쟁으로 정유시설이 극도로 파괴돼 언제부터 정상적인 가동에 들어갈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세계적인 정유회사들이 공장건설과 시설교체 등 신규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도 공급감소의 요인이다. 정유사들은 매년 20~30%의 시설투자에 나섰지만 올해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엑슨모빌의 경우 지난해 생산설비와 탐사비용은 2002년의 104억달러보다 15%나 증가한 120억달러였지만 올해는 신규투자가 거의 없다. 세브론텍사코 등 미국의 대형 정유사들도 올해는 신규투자를 보류하거나 아예 중단했다.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입력시간 : 2004-06-02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