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지배구조개선 성과 경영자 의지는 아직 부족

■ '국내기업 투명성' 설문외국인 86% "투명성 60~75점" 후한 점수 한국 기업의 투명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좀더 비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를 낮게 평가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의 폭이 한층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가치와 실력을 과소평가한 데서 비롯됐다.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등 실적 외적인 면에 대한 불신이 주가후려치기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외국인의 지분율이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서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처리에 주력했고 선단식(船團式) 경영이라는 질타를 받던 재벌의 지배구조도 엄청나게 개선됐다. 과거 기업실적 발표에 부정적이던 관행도 몰라보게 달라져 이제 분기마다 기업실적과 전망치를 설명하는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것은 보편화됐고 선진 기업처럼 매월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깨끗한 경영을 하고 있으며 자신감도 생겼다는 증거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우리 기업들의 투명경영 노력이 서서히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미국 테러 참사 이후 전세계적인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이 세계 주식시장 가운데 한국이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하고 '바이 코리아'에 나선 것도 바로 한국 기업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기업의 투명성은 합격점 설문에서는 외국인과 국내 애널리스트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몇점을 주겠느냐고 물었다. 조사결과 평균점수는 66.5점. 외국인 응답자의 86%은 60~75점을 제시했다. 단 한명도 85점 이상의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았지만 40점 이하의 낙제 점수를 매긴 외국인은 없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후한 점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기업을 우리 스스로 너무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가 노력해야 할 과제다. 현재 한국 시장의 주가수익률(PER)은 10배를 약간 웃돌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며 아시아 경쟁국가보다 낮다. PER가 낮은 만큼 주가도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할증)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보다 투명한 경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투명경영은 경영자 의지가 열쇠 그러나 응답자들은 한국기업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투명성확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이 아직도 투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경영자 및 대주주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너가 기업경영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결과 회계처리가 인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정부방침에 따라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억지춘향격으로 사외이사가 오너의 친분에 의해 지명됨으로써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IMF 이후 각 기업의 경영자들은 분식회계를 비롯한 불투명한 경영이 기업 자체는 물론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의 해악을 끼치는지 충분히 경험하고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얘기다. 구태에 젖은 경영관행과 숫자놀음에 익숙한 일부 경영자의 그릇된 인식이 대외적으로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경영과 회계가 투명하지 못한 기업은 이미 우리가 목도했듯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주가가 떨어지고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에도 애로를 겪는다. 최근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펀드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매튜스코리아펀드가 기업의 실적보다 경영자의 투명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힌 점은 우리나라 오너들이 곰곰이 생각해야 봐야 할 대목이다. ◆ 규제ㆍ공시제도 더욱 강화해야 응답자들은 투명경영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외국인응답자 가운데 72%가 한국 정부의 분식회계기업에 대한 규제와 징벌이 많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해서는 아직도 미흡하다고 봤다.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공시제도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61%가 여전히 느슨하다며 더욱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회계기준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여야 하는 동시에 분식회계를 일삼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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