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21] 흥행에 요동하는 할리우드상반기 잇단참패 상전미움..해고당한 폭스 미캐닉제작
할리우드에는 『너의 가치는 너의 마지막 히트작과 매한가지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박스오피스로 환산하는 이곳에서는 제아무리 잘난 배우·감독·제작자들일지라도 히트작을 못내면 문전박대를 당한다는 말이다.
지난 6월20일 20세기 폭스사장 빌 미캐닉(50)이 재임 7년만에 갑자기 해고당한것도 그가 제작을 승락한 영화들이 잇단 흥행참패를 했기때문이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사장들이 하룻밤새 목이 날아가는 것은 이 동네에서는 흔한 일로 1996년 콜럼비아 사장 마크 캔턴과 1998년 유니버설사장 케이시 실버도 같은 이유로 각기 해고당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캐닉이 해고당한지 불과 3주후인 지난달 14일 개봉된 공상과학스릴러「X-멘」이 지금 빅히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만화광인 미캐닉이 특별히 아껴 제작을 허락한 것.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인간들의 액션과 모험을 그린 특수효과가 눈부신 영화다. 「X-멘」은 개봉 첫 주말 무려 5,440만달러(599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개봉 3주만에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래서 폭스는 벌써 속편제작을 구상중이다. 한편 미캐닉은 「X-멘」의 빅히트 뉴스를 접하고 『기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캐닉은 1993년 디즈니에서 폭스로 자리를 옮긴뒤 얼마전까지만해도 「인디펜던스 데이」「브레이브 하트」「타이타닉」「스타워즈:에피소드 1」「메리에겐 뭔가 있어」등 히트작을 양산, 폭스의 총아대접을 받았었다.
또 폭스의 자회사인 서치라이트가 수입한 영국영화「풀몬티」가 빅히트를 하면서 미캐닉은 1998년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연례 할리우드 파워 명단에서 제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연봉 200만달러외에 보너스로 210만달러를 챙겼다.
미캐닉의 몰락이 시작된것은 지난해 10월 개봉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파이트 클럽」이 흥행서 참패하면서부터다.
너무 어두운 드라마인 이 영화의 제작비는 6,300만달러로 국내 흥행수입은 고작 3,700만달러였다. 게다가 극보수적인 폭스의 모회사인 뉴스코프회장 루퍼트 머독이 이 영화를 싫어해 미캐닉은 상전의 미움까지 사게됐다.
이어 개봉된 조디 포스터와 주윤발이 주연한 제작비 7,500만달러짜리 「안나와 왕」이 또다시 흥행서 참패했다. 또 올해초에 개봉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도 역시 흥행서 죽을 쑤었다.
미캐닉 축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난 6월 개봉된 만화영화「타이탄 A.E.」. 제작비가 무려 1억달러가 든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 940만달러의 수입에 그쳤고, 그로부터 사흘만에 미캐닉은 내쫓긴것이다.
또한 미캐닉은 이에앞서 디즈니에 대항할만한 만화영화를 만든다고 1994년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만화영화 제작소를 세우고 첫작품으로 「아나스타샤」를 내놓았었다.
그러나 미캐닉과 폭스가 큰 기대를 걸었던 「타이탄 A.E.」가 폭스에게 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히게 되자, 머독은 아예 만화영화 스튜디오를 폐쇄해 버렸다.
한편 미캐닉 재임시 제작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은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다이버」, 니콜 키드만의 뮤지컬「물랭 루즈」, 톰 행크스 주연의「표류자」등이 있다. 이것들이 흥행서 실패하면 물론 그 죄는 미캐닉이 다 뒤집어 쓰게 된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 미LA영화비평가협회원
입력시간 2000/08/07 21:02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