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 '패자부활제' 효과와 문제점

'정직한 실패'에 대한 구제책도덕적 해이로 인한 '거품' 재발 우려

정부는 23일 발표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이른바 '정직한 실패자'를 구제해 다시한번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산다사(多産多死)라는 벤처의 특성상 실패가 속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가 신용불량자가 됨으로써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제도상의 허점이 있을 경우 도덕적 해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자부활 프로그램 배경과 주요 내용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97년 벤처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약 1만개의 벤처기업이 갖가지 이유로 문을 닫았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 대표이사와 대주주도 실패자로 낙인찍혀 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패자부활 프로그램'은 능력있는 벤처사업가가 실패했을 경우 기술과 경험까지도 사장되는 사태를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사업에 실패했더라도 개인적인 비리 등 도덕적 해이가 없는 경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새로 보증을 해줌으로써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격은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제도 등을 통해 신용을 회복한 기업가에 한하며 벤처기업협회가 1차로 도덕성을 평가한뒤 각 보증기관이 기술과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검증작업을 거치도록 했다. 또 과거에 보증을 받아 사업을 하던 중 실패한 경우에는 보증인과 협의를 거쳐일정기간 구상권 행사를 미룰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코스닥위원회, 벤처기업협회 등 관련기관들은 기보가 구축하는 벤처기업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성공, 실패 사례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실패기업의 재기에 활용키로 했다. ◇도덕적 해이..제2의 벤처거품 우려 이번 대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력으로 살아날 능력이 없는 기업을 정부가 나서무리하게 지원함으로써 억지로 되살리는 꼴이라며 또다른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기업의 `다산다사' 특성이 적용되지 않고 많은 부실 벤처기업들이 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는 과거 스타로 부상한 일부 벤처기업인들을 살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극단적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쳐 도덕적인 해이는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실패한 사업체나 경영자들이 상당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 금융기관 근처에도 못가서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구제할 필요가있다"며 "벤처업계 스스로 정화의지가 높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덕성 평가를 벤처기업을 대표하는 벤처기업협회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한 증시 투자자는 "과거에 벤처거품이 붕괴됐을 때 엄청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실패한 벤처기업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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