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매년 1월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한동안 호스트 없이 진행돼 오다가 2년 전부터 영국의 코미디언 릭키 제르베스를 호스트로 사회를 보고 있다.
올 1월 시상식에서는 제르베스가 쇼에 참석한 스타들을 비롯해 자신을 초청한 HFPA와 필립 버크 당시 HFPA회장 등을 싸잡아 가차 없는 농담의 표적으로 삼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제르베스는 작품상(코미디/뮤지컬) 후보에 오른 '투어리스트'로 각기 남녀 주연상 후보로 선정된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를 "2차원적 인물들"이라고 비아냥댄 뒤 "이들이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제작사가 HFPA에게 뇌물을 준 덕"이라고 거의 모욕이나 다름 없는 농담을 했다.
그는 또 약물 중독자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과거를 들춰내는가 하면 톰 크루즈가 게이임을 시사하는 말을 했다. 어쨌든 제르베스의 농담 덕분에 NBC TV가 방영한 쇼의 시청률이 올라가 전 미국에서 1,700만여명이 쇼를 시청했다.
그러나 쇼가 끝나면서 버크 회장을 비롯한 일부 HFPA 노장파들이 제르베스의 농담이 선을 넘었다고 강력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협회는 제르베스를 다시 호스트로 부를 것인지 여부를 놓고 토론을 계속해 왔다. 그의 컴백을 반대하는 노장파들은 제르베스가 다시 호스트로 나타나면 그의 농담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스타들이 대거 쇼에 불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르베스 옹호자들은 그의 독한 농담이야말로 코미디언의 직분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이자고 반론을 제기했다.
결국 투표에 부친 결과는 찬성 46 대 반대 16. 결과가 발표되자 제르베스는 "당신들이 나를 더 이상 호스트로 초청할 마음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 내가 한 농담의 10배는 더 독한 농담을 할 것"이라는 응답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농담일뿐 제르베스는 그로부터 며칠 뒤 "당신들과 다시 함께 일하기를 학수고대한다"면서 "내년 1월에 만나자"고 다시 불러줘 고맙다는 뜻을 표했다.
여하튼 제르베스의 컴백으로 내년 1월 15일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거행될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물론 TV시청률도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르베스가 내년 시상식에서 또 어떤 독설을 해댈지 자못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