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장속으로] 월드컵 휘장사업 ‘헛꿈’ 납품 中企들 신음ㆍ한숨

2002 월드컵축구대회 휘장사업 납품 피해 업자인 S사 K사장(37). 그는 휘장사업권자였던 코오롱TNS월드(지난해 7월 부도 낸 뒤 파산신청)에 의류를 납품했다가 수억원을 떼이는 바람에 중국으로 도피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에서 재기를 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정말 힘듭니다. 어쩌다 몰래 귀국해도 친지나 친구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처지여서 우울증도 심각합니다.” K사장은 “월드컵 4강 달성의 함성속에서 휘장사업권자가 부도나 연쇄 도산위기에 처한 중소 납품업체들의 피눈물을 누가 알겠느냐”며 씁쓸히 웃었다. 또 다른 납품업자인 C사 A사장(45). “우리나라가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첫 승을 거둘 때 축구를 봐야 한다는 종업원들에게 납기가 급하니 일을 하자고 호소해 지하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멈추지 않았다”며 “당시 받은 어음 일부를 사채업자한테 할인해 썼다가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월드컵 T-셔츠나 열쇠고리, 머그컵, 핸드폰 줄 등을 납품했다가 피해를 본 업체는 `월드컵상품 중소기업인피해대책협의회` 집계결과 104개사 190억여원. “이중 절반 가까이가 도피생활 등으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다수가 심리적으로 피폐화돼 있으며, 경영을 추스르는 경우에도 거래선이 끊기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협의회 석희근 부대표는 전했다. 특히 피해업체들로서는 최근 검찰수사 과정에서 첫 휘장사업권자인 CPP코리아나 CCP측으로부터 사업권을 사서실제 제품을 납품 받은 코오롱TNS월드 모두 추악한 정ㆍ관계 로비를 벌인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분노와 허탈감에 사로잡혀 있다. J사 S사장(37)은 “지난해 3~5월 납기를 지키기 위해 직원도 두배로 늘리고 휴일도 반납한 채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며 “코오롱TNS월드가 약속과 달리 어음을 주고 부도를 내는 바람에 연 매출의 절반 규모인 6억원이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공장에 가압류가 들어오는 등 우여곡절끝에 공장가동은 정상화됐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손실을 메우는데 치중한 결과 J사장으로선 당시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보너스나 야근수당은 물론 재하청업체들의 납품대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경영상태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다른 J사 C사장(47)의 경우 납품대로 받은 9억여원의 어음중 4억원을 코오롱TNS월드가 부도나기전에 은행에서 할인해 썼다가 은행측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겠다`는 등 여러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공장도 빌려 제품을 생산하는 처지였던 그로서는 “돈을 다 갚을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은행으로부터 할인한 4억원중 절반을 탕감받을 수 있었다. 이는 코오롱TNS측이 부도나기 전에 주거래은행에 50% 현금보증을 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나 은행측은 처음 이를 숨기고 다 갚으라고 종용한 것. 지난해 코오롱TNS측 경영진을 사기혐의로 형사고소했던 피해업체들은 최근 월드컵조직위원회측을 공문서 위조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피해업체들은 “조직위는 2001년 말 국제축구연맹(FIFA)에 `코오롱TNS가 올림픽과 엑스포 휘장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허위사실을 담은 공문을 보내는 등 코오롱TNS를 사업권자로 선정되게 했다”며 “피해업체들이 부담한 FIFA 로열티가 194억원으로 조직위가 FIFA에서 받은 1억달러속에 그 돈이 포함돼 있다”며 조직위 잉여자금(1,630억원) 일부를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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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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