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만으로는 한계" 정책 선회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이 31일 발표한 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은 당장은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 등 여론악화를 막기 위해 부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추가부담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대책을 준비하면서 정부가 가장 고심을 했던 부문은 눈앞에 닥쳐온 3조2,789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적자. 그만큼 정부지원 50% 확대를 결정한 것은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아암ㆍ혈우병ㆍ근육병 등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보험급여를 100% 이상 확대하고 보험증을 전자카드화 함으로써 진료비 청구의 투명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건강증진부담금 백지화=정부는 원래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정보조를 '국고지원'으로 표현하다 28일부터 '정부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고지원은 정부예산의 직접 투입을 의미하지만 정부지원은 정부예산 외 공공기금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당초 정부는 국고지원 50%를 이행하기 위해 올 추경예산 잔여분(1조5,000억원)을 거의 투입해야 하므로 국고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현재 갑당 2원에서 150~200원으로 인상할 것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보험재정 부담을 담배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여론과 명분론에 밀려 백지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5,000억원 절감 타당성=전문가들은 급여지출구조 개선ㆍ약제비 절감ㆍ보험료수입 확대 등 20개 항목의 단기 대책들을 통해 연2조5,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는 지난 3월 종합대책 검토당시 복지부가 예상했던 단기대책 재정절감 기대치(1조2,000억~1조5,000억원)의 2배에 가깝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심사평가원의 인력이 일부 보강될 예정이지만 현재의 1% 수준인 심사삭감률을 어떻게 유효 적절하게 끌어 올릴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의ㆍ약계 반발 변수=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의ㆍ약계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단기대책의 재정절감 효과는 크게 ▦진료비 심사강화 2,666억원 ▦급여제도 합리화 8,867억원 ▦약제비 등 절감 4,236억원 ▦본인부담금 조정 4,229억원 ▦보험료 수입증대 5,009억원 등 5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전체 2조5,007억원의 63%인 1조5,769억원이 의ㆍ약계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ㆍ약계의 반발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는 3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국회에서 추진중인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만 봐도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시위는 사실상 정부의 보험재정 안정대책에 대한 불만의 표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의료계가 여론을 무시하고 집단이기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년 보험료 9% 올릴 수 있나=정부는 국고지원 50%와 내년부터 앞으로 5년간 연평균 9%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오는 2006년이면 보험재정을 완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2003년부터 당기 흑자로 돌아서 2006년이면 올해부터 끌어들일 단기 차입금까지 모두 상환돼 보험재정이 완전 흑자기조에 올라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보험재정안정특별법을 통해 보험료와 수가 인상, 보험적용 확대 등을 서로 연계해 결정하는 논의구조를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년 9%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대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상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