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카드(선불카드)를 소득공제나 인터넷 쇼핑 목적으로 사용 등록한 후 분실했을 경우 카드사의 재발급 규정이 달라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카드사들은 본인 확인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재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두거나 아예 재발급을 거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카드사의 들쭉날쭉한 분실 기프트카드 재발급 절차를 손질하기로 했다.
27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기프트카드를 기명으로 등록한 후 이용하다가 분실했을 때도 일부 카드사들은 재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계 카드사 중에는 롯데ㆍKB국민ㆍ현대카드가 규정상 재발급이 안 되거나 절차가 복잡해 재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대형 은행 겸영사 중에서는 NH농협ㆍ외환카드가 재발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소득공제용으로 사용 등록을 하면 본인 확인은 가능하지만 무기명 카드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주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재발급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도 "사용등록을 하면 분실시 본인 증명은 가능하지만 민형사상의 법률책임, 민원 등의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법원의 제권판결 결과를 제출해야 재발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제권판결은 법적 절차를 통해 분실된 기프트카드의 효력을 멈추고 분실자의 자격을 회복시키는 판결이다.
카드사 주장처럼 기프트카드는 상품권처럼 양도ㆍ양수가 자유로운 무기명 증권으로 분실시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실소유자가 누구인지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공제나 인터넷 쇼핑 목적으로 사용 등록을 했을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기존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기명 카드와 다름없다. 이 때문에 사용등록을 한 기프트카드는 분실을 하더라도 카드사가 본인 증명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결국 재발급 여부는 카드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재발급을 위해 법원의 제권판결문을 요구하는 행위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으로 꼽힌다. 하지만 통상 판결까지 3~6개월이 걸리는데다 소액의 기프트카드 발급을 위해 법원까지 찾는 소비자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 절차를 까다롭게 해 사실상 재발급을 어렵게 한 꼼수 규정인 셈이다. 이은희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프트카드 소지자의의 신분 확인이 가능한데 분실시 재발급을 거절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카드사들이 기프트카드의 발행에만 열을 올리고 소비자 보호는 신경 쓰지 않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기명 등록한 기프트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간단한 본인확인 절차만 거친 뒤 재발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카드사 표준약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용 등록을 한 기프트카드는 본인 확인이 가능해 기술적으로 재발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서 "일부 카드사가 법원의 제권판결문을 요구하거나 재발급을 못하도록 한 규정은 지나친 면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표준 약관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