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 '문어발식 확장' 행태 제동

■ 출자총액제한 대기업 제재2년 유예기간 불구 부당내부거래 관행등 여전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출자총액 제한규정을 위반한 재벌기업들의 투자행태를 보면 대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기보다는 여전히 문어발식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면서 대기업집단에 2년 안에 초과 출자분을 해소하라고 유예기간을 줬지만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등을 통해 지분확장에 열을 올려온 것이다. 확장경영을 통한 SK 등 일부 대기업들의 초과 출자분이 2조원 가까이에 이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SKㆍ금호그룹이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는 이동통신사업과 석유판매 등 현찰이 들어오는 사업으로 밑돈을 많이 확보한 SK의 확장세가 가장 돋보였다. SK㈜의 경우 의결권 제한 금액이 7,1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글로벌이 3,605억원으로 뒤를 잇는 등 SK그룹이 총 1조8,747억원으로 가장 덩치가 컸다. SK측은 SK텔레콤 지분 3,000억원 가량을 해외에 매각했는데 아직 해소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1조5,000억원 가량의 미해소분이 남아 있다. 이만큼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금호산업 1,852억원, 금호석유화학 1,284억원 등 금호그룹은 총 3,458억원으로 SK 다음으로 많았다. 동부건설과 금호석유화학은 해소 유예기간 중이었던 지난해 오히려 신규출자에 나섰다가 각각 79억원, 8억원의 주식처분 명령을 받았다. 이밖에 동부한농화학ㆍ현대택배ㆍ코오롱정보통신 등 7개 기업집단 11개사는 해소시한인 지난 4월1일 이후 뒤늦게 출자 초과분을 해소하는 늑장을 부리다 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편 이번에 의결권 제한을 받는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내에 제한대상 주식을 공정위에 통보해야 한다. 공정위가 출자제재를 결정한 날(26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해당기업에 통보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달 중순께까지 의결권 대상 주식을 공정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 무차별 출자제재로 부당 내부거래 막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위장 계열사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물론 여전히 부당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출자제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집단들이 선진기업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무조건 출자제한과 부당 내부거래 조사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며 "출자제한 규정은 아직도 여전한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와 이에 따른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 제재의 실효성은 미지수 공정위가 모처럼 재벌의 무분별한 출자행태에 칼을 빼 들었지만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의결권 제한대상 주식을 기업별로 취사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장주식 등을 신고하는 등 치명적인 의결권 상실 없이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을 수 있다. 여기다 그동안 2년간의 유예기간에도 꿈쩍 않는 재벌의 행태에서 보듯 버티기 작전으로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공정위의 제재조치는 기껏해야 과징금 부과가 전부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끌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재벌의 문어발 확장 근절이라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위의 제재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미국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적발될 경우 피해금액 또는 위반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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