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企ㆍ벤처 정책이 없다

경기불황 속에 이라크전 위기와 SK글로벌 충격으로 중소업계의 경영난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신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은 고사하고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 하부구조인 중소기업의 토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6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2월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은 69.9%로 44개월만에 7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내수경기 급랭으로 IT 뿐만 아니라 경공업 분야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부도가 나고 있고 여기다 대기업의 긴축경영까지 겹쳐 중화학분야마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급기야 업계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5월 대란설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소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새정부가 출범한지 두달이 지나도록 중소ㆍ벤처정책에 대한 비전과 정책방향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정책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에게 고스란히 비용상승 부담이 될 고용허가제 등 개혁입법만 속도를 내고 있어 중소기업인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자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앞다퉈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칫 심각한 산업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시장 주변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첫 삽을 뜬 벤처정책을 놓고 신정부가 확고한 계승의지를 밝히고 있지 않는데 대해 대대적인 벤처비리 사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개혁이 마무리될 즈음 검찰이 벤처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코스닥시장의 지수가 10으로 추락할 것이란 `코스닥 괴담`마저 횡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ㆍ벤처업계는 가뜩이나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중소ㆍ벤처기업을 홀대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정부가 당연히 주창해야 할 장기적인 비전제시는 실종된 채 경영난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은 정부조직인 중소기업청에서조차 크게 확산되고 있다. 중기청의 한 과장은 “김영삼 정부는 중기청을 만들어 기업들의 사기를 올려줬고, 김대중 정부는 성장엔진으로 벤처산업을 육성했다”고 평가하고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비전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신정부가 경제보다는 정치문제를,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분야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고사위기에 처한 중소ㆍ벤처업계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고용창출과 산업육성을 위해 중소ㆍ벤처기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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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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