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5일] 독도야 미안하다

1인 기업 사장 S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일본 제품을 판매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벌써 월매출 5,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완전 풀이 죽었다. 독도 때문이다. 독도 문제가 터진 것은 지난 14일께. 15일이 되자 하루 150만원을 넘어서던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 16일이 되자 갑자기 이 회사의 온라인 사이트는 사위가 조용해졌다. 이날 일본 제품 매출은 0원이었다. 혹시나 싶어 두 번 세 번 되물었지만 진짜로 0원이었단다. 16일부터 시작된 매출 0원 행진은 21일까지 이어졌다. S사장은 난생 처음 당하는 일에 아연실색, 제품을 공급해주는 국내 지사장에게 하소연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닌가요.” “걱정 마세요. 독도 문제 터지면 원래 그렇습니다. 한 달만 기다리면 됩니다.” S사장에 따르면 지사장은 이런 일을 벌써 몇 번 겪었다. 처음에는 S사장과 똑같이 당황했지만 이내 적응을 했다. 대략 한 달이면 독도는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전과 마찬가지로 잘 팔렸다. “한 달이면 끝난다니 아무리 냄비 근성이라지만 너무하네요. 매출을 올리고 말고 여부를 떠나 정말 허탈합니다.” 22일 점심 자리에서 S사장은 이렇게 마무리 발언을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띵동’ 하면서 메신저로 더 허탈한 S사장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한 기자님, 한 달도 안 걸리네요. 조금 전 주문이 들어왔어요.’ 이날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S사장은 5만원짜리 일본 제품 한 개를 7일 만에 마수걸이했다. 판매는 그렇게 재개됐다. 22일 점심에서 S사장과 나눈 이야기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갑자기 단 한 사람도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있는 단결력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이걸 잘만 키우면 뭔가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는 그런 어쭙잖은 희망조차도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상실에 필요한 기간이 일주일이면 물론 물고기보다는 낫겠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