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 환율이 널뛰기 흐름을 보이자 채권시장 내 투자자들의 이목이 외국인 매매 흐름에 쏠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출로 국채 수익률이 1% 넘게 급등락했던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한 듯 보인다. 하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게 대규모의 채권이 환 익스포져에 노출돼 있지는 않을 것이다. 환율 등락에 따라 급격하게 포지션이 조정될 가능성도 낮다. 환율을 염두에 둔 투자라면 단기 채권을 투자하지 장기 채권을 매입할 이유가 없으며, 선물환 매칭을 하더라도 연평균 5%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데 굳이 환 리스크에 노출시킬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다면 외환이나 통화스왑(CRS)시장에서 포지션을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지금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채권 포지션을 급하게 조정할 요인이 없게 된다. 채권시장에서 외환시장을 바라볼 때 단편적으로 환율 동향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자금 여건을 살펴보는 한편 최근 주목되는 변수인 외환시장의 단기 스왑 포인트를 확인해야 한다. 장기 스왑 포인트가 몇 달 새 10원 이상 하락한 반면 단기 스왑 포인트의 변화는 미미하다. 장기 스왑 포인트가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외화자금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한다. 그러나 단기 스왑 포인트가 제자리걸음을 이어간다는 것은 단기 자금 여건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으로 인해 장기 자금 수요가 늘었지만 실제 유동성 여건은 우려와 달리 크게 경색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되면서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글로벌 유동성 확장기조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간 외환시장의 변화만 있었을 뿐 채권시장의 자금 유출입은 크지 않았다. 최근 채권과 자금시장의 변동은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 유동성 공급 여건의 변화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외환시장의 안정이 채권시장 유동성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가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