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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우울한 분위기의 잭슨홀 미팅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발표하기 위해 긴 연설문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그가 이미 준비를 했다면 그 초안을 찢어버려야 한다. 온통 뒤죽박죽인 현재의 시장상황은 지난 몇 달 동안 경기지표들이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버냉키가 지난 2010년과 같은 방식으로 자산매입에 나설 것인지에 쏠려 있다. 즉 3차 양적 완화(QE3)와 관련된 발언이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버냉키가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던 논리에 따른다면 지난 6개월간의 갑작스러운 경기 둔화는 QE3를 실시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FRB는 지금까지 자산 매입방식의 1ㆍ2차 양적 완화가 저금리 정책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추가적인 양적 완화 조치가 경기 침체를 멈출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미국의 장기금리는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더 낮추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기업들은 투자하는 대신 현금을 비축하고자 할 것이고 담보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은 소비지출을 더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신용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대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기업들의 현금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담보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신용팽창을 힘들게 하는 망가져버린 은행 시스템이 회복돼야 한다. 또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실제 성장의 신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FRB가 QE3를 실시하든 안 하든 간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버냉키도 QE3를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와 관련해 적절한 지적을 했다. 그는 성장률을 떨어뜨릴 정도의 재정 긴축은 과도한 재정적자만큼이나 경기회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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