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12일] BT시장 선점의 성공 방정식

지난 9월 말 일본 바이오 협회의 초청으로 '재팬 바이오'행사를 참관하고 이어서 고베 첨단 의료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 방문으로 일본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일본정부가 첨단 과학기술과 기존시장을 연결, 미래 바이오 신사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무척 인상 깊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중국 3대 바이오 특구 중 하나인 텐진 빈하이 바이오 단지를 방문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래전략 산업으로 바이오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실감하면서 내심 크게 놀랐다. 신기술 사용 허가시간 단축을 두 나라의 고위 정책실무자들과 미팅을 할 때면 그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왔다. 각 나라가 처한 산업화의 어려움을 실제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은 초기부터 국제 게놈연구 컨소시엄에 가입해 바이오 기술개발에 참여한 아시아의 독보적인 나라들로서 이 분야에 약 20년의 실질적인 연구 경험을 축적해 놓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약 10배에서 15배에 달하는 막대한 연구비를 BT(Bio Technology) 분야에 쏟아 부으며 바이오 분야를 이끌어 경제대국다운 면모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제품중심의 안전한 투자와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핵심인 벤처창업이 활발하지 않는 등의 요인은 일본 바이오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20년의 집중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정부주도의 바이오 육성정책이 단기적인 기술개발에 치우치고 있다. 또 현재 병원 등 사회 인프라가 열악해 미래 보건의료 산업과 연결을 통한 정보의학의 도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늦은 2000년 초부터 BT에 대한 본격적 투자가 시작됐으나 탄탄한 의료 인프라와 강력한 IT 네트워크 그리고 정부주도의 강력한 정책 등을 무기로 바이오 산업의 역동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의 본격적인 바이오 진입으로 선진국 벤처캐피털들이 주목을 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시장의 약80~90%가 병원 또는 제약산업계가 차지할 정도로 보건의료산업과의 연관성이 깊다. 특히 21세기 사회 특징인 인구의 고령화 현상과 고혈압ㆍ당뇨ㆍ암 등 만성병이 창궐하면서 바이오 산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산업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말은 현재 시장이 이미 탄탄하게 형성돼있고 매년 큰 폭으로 신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집단은 자신의 부(富)의 상당부분을 배우자와 자신의 질병치료 그리고 수명 연장에 사용할 용의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면에서 바이오 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하더라고 최근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또는 외국의 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든가 하는 등 행정적인 문제에서부터 맞춤의학에 필수적인 게놈분석과 관련된 체계적인 인프라 취약 등 기술개발에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 특히 이 부분에 장기적으로 계획된 국가투자마저 제 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세계 바이오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칠까 우려가 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리더들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기술개발 적기 지원해야 2008년 미국 대통령기술자문위원회(PCAST)의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제 새로 다가오는 바이오 산업은 단순한 기술의존적 산업이 아니며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산업이므로 모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고, 바꾸고, 교육을 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따른 급격한 충격을 완화시켜나가야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메가 트렌드'인 바이오 산업을 선점하는 주인공은 누가 빨리 미래를 준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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