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I기업 경쟁력‘신병기’됐다/생산과정혁신만이 무한경쟁시대‘살길’

◎정보시스템 투자,비용절감 효과 노려/국내 30대그룹 잇따라 SI자회사 설립최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스템통합(SI) 산업이 국내 기업의 저효율구조와 같은 허약체질을 개선할 강력한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SI산업의 역할과 현황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국내 유력 시스템통합업체의 K사장은 사석에서 『국내 기업은 불구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의미는 간단하다. 국내 기업이 정보시스템과 리엔지니어링을 통한 구조개선으로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보다 정부의 비호에만 신경쓰다보니 허약체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의 N사장은 국내 기업의 이런 행태가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와 관련, 『국내 기업들이 명예퇴직 등과 함께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경계했다. 나아가 『비용을 절약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적극적인 비용 절약방안』이라고 역설했다. 미·일 등의 유수 기업이 고임금 구조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로 각종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두 사장의 독설과 역설이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해도 최근 잇따른 부도사태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기업과, 고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선진국 기업의 면면을 살피면 이같은 지적이 상당한 근거와 적절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비교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 중에서도 미·일 유력 자동차업체들이 시장을 놓고 펼치는 「정보혁명전쟁」은 가히 귀감이 될 만하다. 닛산·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극성을 부리던 지난 90년대초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와 GM은 소형차 시장에서 일본 회사들에 조금씩 밀려 연간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공장을 폐쇄하는 등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 모두 돌파구로 여긴 것은 정보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투자였다. 이를 통한 제조과정의 혁신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얼마 뒤 현실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제조과정에는 예전과 달리 동시공학(CE·Concurrent Engineering)이라는 첨단 정보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결과는 품질개선, 제품 출하시기 단축, 생산원가 절감이었다. 실제로 양사가 각각 새로 선보인 신형 차 「네온」과 「새턴」은 일본 제품보다 출시시기에서 1년 가량 앞섰고 가격도 저렴했다. 실용적인 미국 소비자의 눈길이 네온과 새턴에 쏠렸음은 물론이다. 「네온」과 「새턴」이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실지를 회복한 신화다. 이에 대해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들어 첨단 정보시스템을 이용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신차 개발기간을 최근 18개월로 단축했다. 이는 종전 평균 28개월보다 거의 1년가량 앞당긴 셈이다. 물론 제품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과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정보시스템 덕분이다. 이 회사는 최근 동경에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 중무장한 전시관을 개관했다. 이 전시관에서는 정보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즉석에서 보여준다. 또 이 정보를 제품개발에 적용, 소비자 구미에 맞는 신제품을 내놓게 된다. 이와함께 PC 및 중형컴퓨터의 고성능화로 대형컴퓨터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위기에 처한 컴퓨터 왕국 미 IBM이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글로벌경영과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재기한 사례도 유명하다. 굳이 이들 기업만이 아니라도 지금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돌파하고 있다. 한편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정보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말까지 서너개 그룹을 뺀 30대 그룹 대부분이 SI 자회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주요 그룹들이 계열 SI업체를 그룹전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발판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또 그룹 계열회사들 뿐만 아니라 SI 전문회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SI 사업을 펼치고 있는 회사는 1백40개에 육박한다. 이 분야가 점차 중요해지고 따라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구나 이처럼 SI 회사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업종과 달리 각 회사가 매년 40% 안팎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는 사실이 이 산업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정보시스템 혹은 SI산업의 중요성은 이처럼 수치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세계화에 발맞춰 각 그룹마다 세계경영을 표방하면서 정보시스템의 질적 발전도 관심사항이다. 특히 세계경영을 위한 글로벌망의 건설이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을 안방처럼 온라인으로 오갈 수 있는 글로벌망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현대 대우 등 주요그룹의 경우 글로벌망 건설에 박차를 가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그룹마다 지난해말과 올해초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유독 SI 계열사의 사장은 유임 혹은 승진시킨 점도 주목된다. 그룹 최고 경영진의 SI산업과 정보시스템에 대한 인식변화를 반영하는 사실이다. SI업체는 나아가 각 그룹의 업종전환을 위한 발판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식품 제지 섬유 등 사양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그룹들이 최근들어 잇따라 SI업체를 설립하고 정보통신 분야 진출을 엿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우선 그룹 자체의 정보시스템을 관리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뒤 대외사업에도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균성> ◎SI란?/쉽고 빠른 업무수행 가능하도록 컴퓨터 등 각종 정보기술 재구성 한국통신기술협회가 발간한 정보통신용어사전은 시스템통합(SI·System Integration)에 대해 「규정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기, 소프트웨어 및 관련되는 기술을 선정·정비하여 통합적인 정보처리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사용자가 업무를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이미 존재하고 있는 컴퓨터 등 각종 정보기술(IT)을 가장 적절하게 재구성해주는 일을 SI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SI는 사용자의 업무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업무환경이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적절한 정보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전산화를 위해 기업의 업무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도 생긴다. 정보시스템과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들어 이같은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보혁명이 절대 필요하고 동시에 비효율적인 기업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SI의 의미도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다. ◎참여업체 140여사 시장규모 4조이상/연 40% 고성장… 신장세 최고기록/광속­전자상거래·동시공학 부문/신기술 개발 이미 세계수준 넘봐 국내 시스템통합분야는 이제 분명히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해가고 있다. 참여업체만 1백40여개에 달한다. 특히 몇몇 그룹을 제외한 주요그룹 대부분이 관련 자회사를 설립한 상태다. 앞으로도 수많은 업체가 이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규모도 4조원을 웃돌 정도로 크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8개 업체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세도 국내 산업 중 최고다. 매년 40% 안팎의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SI 도입 역사는 짧다. 햇수로 따지면 초등학생 수준. 80년대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SI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 SI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은 이 보다 조금 앞선다. 지난 82년 쌍용그룹의 자회사인 쌍용컴퓨터(현 쌍용정보통신)가 부분적으로 전산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한 게 효시. 하지만 SI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 시기는 지난 87년으로 보는 게 옳다. 당시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은 세계 최대 SI업체인 미 EDS사와 합작으로 STM이란 전문 SI업체를 설립했다. 또 88년에는 하드웨어 업체인 IBM이 통합정보시스템 제공을 위해 SI사업에 참여했다. 이어 89년에는 포항제철이 포스데이타를 신설하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90년대 들어서는 SI산업 확대에 가속도가 붙었다. 85년 설립된 삼성그룹의 SDS가 90년부터 본격적으로 SI 사업을 표방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삼보컴퓨터 큐닉스데이타시스템 등이 잇따라 동참했다. 2∼3년 뒤에는 현대 대우 선경 한화 동양 대림 등 주요그룹들이 SI전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이를 적극 추진, 본격적으로 산업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SI업체 설립붐은 그후로도 계속돼 핸디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업체, 콤텍시스템 등 네트워크업체가 통합 SI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또 한국PC통신, 아이네트 등도 비슷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초에는 롯데, 동부 등 주요그룹이 SI사업에 새로 뛰어들며 사업구조 조정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내 SI산업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양적으로 급팽창한 것과 함께 질적으로도 크게 발전했다. 삼성데이타시스템,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포스데이타, 대우정보시스템, 코오롱정보통신, 한진정보시스템, 기아정보시스템, 농심데이타시스템 등 주요업체들은 그룹 계열사에 대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주면서 단기간에 엄청난 노하우를 획득했다. 미 EDS사, 독일의 SAP사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수십년간에 걸쳐 축적한 노하우를 불과 10년안에 획득했다는 평이다. 이와관련, 한 업체의 사장이 『운영체계 등 요소기술을 제외하면 국내 SI기술력은 선진업체에 하나도 뒤질 게 없다』고 장담할 정도다. SI업체들은 특히 광속상거래(CALS) 전자상거래(EC) 동시공학(CE) 인트라넷 등 기업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상당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 둘 내놓고 있다.<이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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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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