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생명을 인수하고 국내에 입성한 알리안즈 그룹의 지난해 성적표다.알리안즈 그룹은 1890년 독일에서 설립된 세계 최고의 보험사로 120개가 넘는 자회사와 합작 투자사, 제휴사들을 거느린 금융 대그룹. 지난해에는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프랑스생명(AGF)을 인수·합병하면서 전 세계에 M&A 열풍을 몰고왔다. 현재 70여개국에서 15만5,000명의 직원과 413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거느리고 있다.
알리안즈가 한국의 제일생명을 인수한 것은 지난 7월. 알리안즈 그룹의 슐츠 회장은 『한국은 싱가포르·타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장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며 『한국 생보업계 4위, 지명도 있고 탄탄한 조직을 갖춘 제일생명을 인수한 것에 만족한다』며 빠른 시간내에 제일생명을 업계 3위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내외 보험전문가들은 이를 의외로 받아들인다. 한국 보험시장에 관심이 많은 외국보험사 관계자는 『알리안즈가 왜 제일생명을 인수했는지 모르겠다』며 『수익성 위주로 판단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계 회사들은 오너나 최고 경영자의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수 배경을 해석했다.
국내외 보험전문가들은 제일생명의 외야와 본부조직이 노령화됐고 업계 3위의 3분의1도 안 되는 「무늬만 4위」라는 점을 지적한다.
알리안즈는 인수를 전후해 본부조직을 대폭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외야 조직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후반이다. 외야 조직의 노령화는 판매조직의 신선함과 활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조직은 고비용 저효율로 흐르기 쉽다.
업계에서는 제일생명을 공무원 조직에 비유한다. 월급은 적지만 근무하기 편한 「철밥통 직장」이라는 것이다. 유연성은 있지만 효율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유럽식의 알리안즈와는 분위기가 안 맞는다는 우려를 한다. 그래서 내년에 프랑스생명과 제일생명이 합병할 때, 외형은 제일생명이지만 조직은 프랑스생명 식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내년 1.4분기 중 회사명도 알리안즈-제일생명으로 바꿀 예정.
알리안즈가 풀어야 될 또다른 문제는 제일생명이 업계 3위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제일생명의 시장점유율은 3.8%로 4위이다. 그러나 3위인 대한생명은 18%이고 5위인 흥국생명은 3.2%이다. 3위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5위에게 따라잡히기는 쉬운 형국이다.
보험전문가들은 『알리안즈-제일생명의 성패는 「체질개선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제일생명 직원들의 인적 구성(맨파워)은 좋은 것으로 평판이 나있다. 문제는 과거의 조직을 얼마나 단기간내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시장에 적응해 영업력을 발휘하느냐이다. 알리안즈는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해소했다. 그러나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게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한 보험관계자는 『알리안즈가 제일생명의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고 전문적인 자산운용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한다면 생보시장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자산운용 기법을 갖고 있는 알리안즈가 국내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를 통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국내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은 상당한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외국계 대형 보험사가 국내 은행과 업무제휴를 맺고 국내에 진출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알리안즈가 다른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안즈 그룹
총 수입 보험료 56조6,600억원
고객에게 지불된 보험금 48조1,500억원
세전 수익 4조9,190억원
당기순이익 2조1,900억원
관리중인 자산 413조2,600억원
자기자본 26조7,800억원
보험계약 준비금 261조1,200억원
(1마르크=615.7원)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