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총유동성(M3) 관련 통계를 수집하지도, 발표하지도 않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006년 3월23일자 발표문의 골자다. M3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측정하는 통화지표의 하나.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상품의 대부분을 포함해 주요 통화지표(M1ㆍM2ㆍMCTㆍM3) 중에서 표시금액이 가장 높다. M3 관련 자료를 미국이 수집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1년. 달러 약세와 금태환 포기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진 마당에 온갖 금융상품을 다 포함하는 M3는 유동성과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없는 도구였다. 미국은 왜 가장 널리 쓰이던 통화지표인 M3를 버렸을까.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내세웠던 명분을 들어보자. 'M3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관리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목표가 통화량 중심에서 금리 위주로 전환되면서 통화지표의 의미가 반감되고 미국은 숫자조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소형 금융회사가 많아 통계 조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니까. 문제는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 총유동성 지표를 여전히 중시하는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M3를 일방적으로 포기한 데는 미국 경제의 취약점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회피하거나 파생형 금융상품의 비대화 또는 부실화를 감추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M2에는 제외되지만 M3에는 포함되는 금융상품을 통해 누구도 모르게 달러를 공급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확실한 점은 두 가지다. 민간기구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집계되는 미국의 M3'가 급증하고 달러의 힘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