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ISIL 이라크에 테러 기지 건설 우려… 미국·이란 이번주 직접 대화

엄격한 이슬람 율법 적용되는 새 수니파 국가 건설 목표

현실화땐 또다른 9·11테러 발생

美·이란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사태해결책 마련 움직임 가속


이라크 지역 30%를 점령한 후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의 봉기가 전 세계를 겨냥한 새로운 테러 근거지(Terror's new HQ)를 확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이란이 이번주 중 직접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CBS방송 등에 출연해 "지금 당장 미국이 ISIL의 진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또 다른 9·11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내전에 들어간 이라크 사태를 두고 "지난 2011년 이라크에서의 철군 결정을 내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실정 탓"이라는 비난을 가하고 있는 공화당 측 주장이기는 하지만 마냥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진단이다.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시작으로 점령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 ISIL은 이번 봉기를 통해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지역을 통합, 이곳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담배·축구·음악·여성 활동 금지 등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는 새 수니파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ISIL은 시리아 동부 지역에 테러를 위한 훈련 캠프를 운영 중이며 소속 대원 수백명이 유럽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의 목표인 새 국가건설이 현실화될 경우 "중동을 뛰어넘어 서구권을 겨냥한 지하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며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행했던 일들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관련기사



특히 이 같은 목표를 위해 ISIL은 지난 수년간 주도면밀한 계획을 짰고 봉기 초반 1,400여명의 적은 인력으로 모술 등 이라크 주요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새로운 미국재단'의 브라이언 피셔맨 반(反)테러 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이라크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ISIL의 전신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가 오랫동안 실현시키려 애쓰던 목표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ISIL의 기원은 2004년 고(故) 김선일씨 피살 사건의 주범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알카에다 조직 '타우히드왈지하드'부터 시작된다. 이 조직의 지도자 알자르카위가 2006년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뒤 ISI로 이름을 바꿨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며 급성장한 이들은 2012년 또 다른 알카에다 조직인 알누스라전선과 통합했고 지난해부터 시리아·레바논·요르단·팔레스타인 지역을 뜻하는 명칭인 '레반트'를 추가해 ISIL로 불리고 있다.

이들의 잔혹행위가 도를 넘은데다 세력도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올해 초 알카에다는 ISIL을 방출하기에 이르렀지만 이후 이들은 급진 수니파들을 추가로 규합, 활동반경을 넓혔다. 이들의 잔혹함을 증명하듯 ISIL은 15일 "지금까지 정부군 1,700명을 처형했다"며 피범벅이 된 수십명의 시체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아가 ISIL은 이번 점령 과정에서 4억5,000만달러(약 4,590억원)가량을 약탈했고 이들이 석방시킨 원리주의자 죄수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1만1,000여명까지 세력이 늘어나는 등 보폭을 늘려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반면 ISIL의 진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이번주 내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이란 및 지역세력들과 논의하는 것은 긴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서신교환을 했으며 "이란은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아파의 맹주 격인 이란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시아파 정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확산을 막으려는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리아 정부군은 이라크 정부와 공조해 ISIL의 주요 기지 공격에 나섰고 이라크군도 반격에 나서 최소 279명 이상의 ISIL 인사를 사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