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주도 오름] '오름' 마다 각양각색 늦가을 정취

이름도 모양도 크기도 다른 369개 기생화산

[제주도 오름] '오름' 마다 각양각색 늦가을 정취 이름도 모양도 크기도 다른 369개 기생화산 산굼부리에 오르면 멀리 아득하게 펼쳐지는 오름의 행렬을 볼 수 있다. 금악오름 단풍이 낙엽으로 바뀌는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점차 스산해 지면서 마지막 가을을 느껴 보려는 여행객들을 더욱 조바심 나게 하는 때다. 이럴 때 가장 늦게까지 가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로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에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제주도가 369개(한라산 포함)의 크고 작은 오름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름이란 기생화산을 일컫는 말로 자그마한 언덕 같은 것에서부터 규모가 큰 분화구 형상을 한 것도 있고,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것에서 뾰족한 원뿔형의 것까지 그 규모와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이름도 모양처럼 별달라 백약이, 좌보미, 따라비, 세미, 다랑쉬, 용눈이, 물영아리 등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퍼져 있는 크고 작은 산들과 분화구, 섬들이 모두 오름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동네 뒷산의 나지막한 언덕이며 말을 놓아 기르는 방목장이기도 하고 조상의 묘가 있는 선산이기도 하다. 즉 제주인에게 오름은 나서 자라고 죽어서 묻히는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 같은 곳이다. 따라서 오름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는 경우도 많아 눈앞에 보이는 오름이 어떤 오름인지 알기도 힘들고 진입로를 찾기도 어렵다. 특히 개인 소유의 오름에는 철조망을 처 외부인의 출입을 꺼리는 주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돌려 보면 얼마든지 가을 분위기에 젖은 야생의 거친 모습을 간직한 오름의 장관들을 접할 수 있다.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오름이기 때문이다. 산굼부리에서 성읍민속마을까지 이르는 1118번, 1112번, 97번 도로 일대로 가면 억새와 멋지게 어울려진 오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도 내에서 개별 차량으로 움직일 사람들이라면, 이 도로들을 드라이브하며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다. 산굼부리는 관광지로 개발된 대표적인 오름이다. 제주시에서 동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가면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산굼부리에 이른다. 이 곳은 마르(Maar)형 오름이라고 해서 세계적인 희귀지형으로 화구의 모양이 몸체에 비하여 더 크고 화구 바닥이 움푹 들어간 형태의 분화구를 이룬다. 화구의 바깥 둘레가 2,700m에 이르고 분화구의 깊이는 132m에 달해 백록담(115m)보다 더 깊고 크다. 420여종의 식물과 육지에서 보기 어려운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이 살고 있어 1979년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됐다. 관람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억새밭 너머로 여기저기 솟아있는 오름들의 모습에 제주가 오름의 천국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곳에서 서쪽으로 30여분 가면 새별오름에 다다른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대표적인 승마장으로 개발돼 있지만 600년전에는 고려와 몽골과 커다란 싸움이 있던 역사의 현장이다. 1374년 고려의 최영 장군은 군사 2만여명과 전함 300여척을 동원, 원나라가 망했는데도 투항하지 않고 버티던 원(元)의 목호(牧胡)들을 토벌했다. 몽고의 칩입에 맞서 끝까지 싸우던 삼별초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쓰인 이 곳에서 불과 100년만에 서로의 입장이 뒤바뀐 대규모 토벌전이 거행된 셈이다. 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제주의 오름은 거친 자연과 대륙에서 불어 오는 풍파에 맞서 꿋꿋이 살아 온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의 상징이자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라며 “오름을 무조건 개발하는 것보다 제주의 야생을 고스란히 간직한 친환경적인 생태관광지로 보호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행문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64-713-9950~3) /산굼부리 매표소(064-783-9900) ◇ 교통=오름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렌터카를 구하는 게 좋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면 금호, 아비스 등 대형 업체들과 지방 군소 업체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아우토반 렌터카(064-746-0051)에서는 50대 전차종 폭스바겐을 보유하고 1일 13만5,000원에 차를 내준다. 제주도 관광전문업체인 대장정여행사(02-3481-4242)는 숙박과 섬내 교통, 항공편을 일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음식ㆍ숙박=특급호텔 뿐 아니라 최근 콘도, 팬션 등 깨끗한 숙박업소들이 많이 들어섰다. 콘도는 회원권 보유여부에 따라 5~12만원(1박기준)대로 천차만별이다. 남제주의 하바나 팬션(064-738-7890)에서는 특급호텔의 절반이하인 10만~12만원의 가격에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향토음식으로는 갈치회와 갈치국, 옥돔구이, 성게국, 자리물회와 오분자기탕, 흑돼지불고기 등이 유명하고, 어느 식당에서나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11-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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